[이슈추적]벤처 병역특례자 '울며 겨자먹기'

입력 2001-03-14 09:55수정 2009-09-21 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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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부 벤처업체가 병역특례 인력을 다른 회사에 파견하는 등 불법행위가 빈발하고 있다. 상당수 업체에서는 병역특례 고급인력이 맡기엔 부적합한 업무에도 동원되고 있다. 고급인력이 군복무 때문에 사장(死藏)되지 않도록 한다는 병역특례제도의 취지와는 동떨어진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병역특례 인력들은 회사측이 강요하는 각종 불법행위를 ‘울며 겨자먹기’로 받아들여야할 뿐만 아니라 턱없이 낮은 임금과 높은 근무강도에 시달리고 있다.

▽다른 업체에 불법 파견근무〓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병역특례로 한 벤처기업에 근무중인 K씨는 99년 말 입사하자마자 연수도 받지 않은 채 다른 업체로 불법 파견근무를 나갔다. K씨는 작년 내내 병역특례 고급인력이 근무할 수 없는 2개 업체에서 일했다. 지금도 한 닷컴기업에서 불법 파견근무를 하고 있다. K씨가 파견업체에서 벌어오는 돈은 월 600만원이지만 손에 쥐는 돈은 140만원. K씨는 한때 회사를 고발할 생각도 했으나 불법 파견근무 사실이 드러나면 다시 군대에 가야한다는 부담 때문에 쉬쉬하고 있다.

작년말 콘텐츠 관련 벤처기업에 병역특례로 입사한 Y씨도 두 번이나 불법 파견근무를 했다. 그 중 한번은 벤처기업과 전혀 무관한 병원에서 웹사이트를 구축하는 일을 했다. Y씨와 함께 일한 나머지 3명도 모두 병역특례 인력이었다.

▽엉뚱한 업무도 맡아〓병역특례 지정업체 안에서 정해진 업무 이외의 엉뚱한 일을 시키는 위법 사례 또한 적지 않다.

프로그래밍과 서버 관리를 하는 조건으로 한 벤처기업에 입사한 C씨는 문서를 다루고 발송하는 일 등을 맡고 있다. C씨는 복무기간인 28개월 동안 프로그래밍이나 서버 관리를 해본 적이 한번도 없다.

3개월 전 한 프로그램 개발회사에 프로그래머로 입사한 J씨도 물건을 포장하고 발송하는 단순 업무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커피를 타는 것까지 J씨의 일이 됐다.

벤처기업 병역특례 근무자의 임금은 평균적으로 일반 개발인력의 40% 안팎에 불과하다는 것. 병역특례 부당행위 고발 사이트에 글을 올린 한 병역특례자는 “잡업과 특근을 거부할 경우 상관이 ‘군대 가’라는 말로 협박을 한다”며 “이런 대우를 받고 일을 한다는 것이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62개 업체가 법규위반 들켜〓병무청은 지난 한 해 동안 벤처기업과 일반 산업체를 포함, 1만2613개 병역특례 지정업체에 대한 실태조사를 한 결과 0.5%에 해당하는 62개 업체가 관련 법규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사례는 이보다 많다는 것이 병역특례자들의 전언. 3차례 불법 파견근무를 한 K씨는 “작년 4월 병무청에서 조사를 나온다고 해 회사에 돌아가 근무하는 시늉만 했더니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K씨는 “실사를 나온다는 정보를 회사가 미리 아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천광암기자>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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