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자세상]손가락이 무슨 죄…

  • 입력 2001년 3월 1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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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과정의 고통을 나누기 위한 예비아빠들의 분만실 입회가 유행이다.

최근 서울 강남의 한 병원에서 아들을 낳은 박현진씨(32·회사원). 분만실에 들어가 벌벌 떨던 그에게 의사는 “산모의 어깨와 팔을 뒤에서 잡아주라”고 지시했다.

아내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에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던 박씨. 이심전심일까. 갑자기 새끼손가락에 견디기 어려운 통증이 느껴졌다. 마지막 진통으로 정신을 잃다시피 한 아내가 그의 새끼손가락을 깨물고 있었다.

“이까짓 고통쯤이야….”

박씨는 이를 악물고 손가락으로 산고를 치러냈다.

“응애….”

아들과의 기쁜 만남 뒤, 정신을 수습하고 살펴보니 손가락끝이 거의 반쯤 잘려나가다시피 했고 손톱은 시커멓게 변해 있었다. 박씨는 아내에게 따졌다.

“아무리 미워도 그렇지, 나를 깨물어!”

“내가 언제?”

박씨가 ‘억울함’을 호소하자 의사는 이렇게 말했다.

“산모가 겪는 고통의 10분의 1, 아니 100분의 1도 안됩니다.”

<서영아기자>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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