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대근/사면 스캔들

  • 입력 2001년 3월 1일 18시 27분


우리나라의 법률 제1호는 정부조직법으로 48년 7월 17일 헌법과 함께 제정 공포됐다. 최근 건국 이후의 법령 정보를 집대성해 서비스를 시작한 법제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이 법은 54차례의 개정을 거쳐 현재에 이르렀다. 그럼 우리나라의 법률 제2호는 어떤 법일까. 좀 의아해할지 모르지만 사면법(赦免法)이다. 헌법과 정부조직법에 따른 대한민국 정부 수립에 이어 행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첫 법안이 다름 아닌 사면법이었다. 온 국민이 건국의 기쁨을 나누도록 하자는 취지였을 것이다. 사면법은 제정 이후 단 한 차례도 개정되지 않았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정부는 48년 8월 30일 공포된 사면법에 따라 그 해 9월 형무소의 절반을 비우는 ‘건국 대사면’을 단행했다. 그 후 3·1절 광복절 등 각종 기념일과 대통령 취임일이면 거의 예외없이 대통령의 은전(恩典)이 베풀어졌다. 그동안 단행된 사면 복권 조치는 모두 85회. 한 해 1.6회 꼴이다. 현 정부도 3년 사이에 6차례 사면 복권을 단행했다. 법원의 확정 판결을 무효화하는 극히 예외적인 조치가 이처럼 상례화(常例化)하다 보니 사면권의 정치적 악용 시비도 끊이지 않고 있다.

▷요즘 미국 정계가 사면 스캔들로 발칵 뒤집혔다는 외신보도다. 사면게이트(pardongate)란 신조어가 나왔을 정도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1월 20일 퇴임을 몇 시간 앞두고 단행한 사면대상자 선정과정에 ‘뒷거래’ 의혹이 있다는 게 스캔들의 핵심이다. 전 부인이 거액의 정치자금을 낸 금융재벌이 포함된 데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친인척이 마약범 등에 대한 사면 로비를 벌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그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연방검찰이 공개적으로 수사를 시작한 데 이어 하원도 1일 청문회를 재개해 전 백악관 보좌관 등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하원과는 별도로 청문회를 진행해온 상원 법사위는 상하원 합동조사를 모색하는 등 의회도 진상규명에 적극적이다. 특별검사 임명과 클린턴 전 대통령의 사법처리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재임 중 용케 성추문을 넘긴 클린턴 전 대통령이 이번에도 여론의 화살을 피할 수 있을까.

<송대근논설위원>dk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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