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고국찾은 WP도쿄특파원 도고 시게히코씨

  • 입력 2001년 2월 28일 18시 42분


"한국에 관심을 갖는 것은 일본과의 관련 때문만이 아니라 5∼10년 뒤 한반도가 세계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을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한국과의 인연이 남다른 워싱턴 포스트지의 도쿄 특파원 도고 시게히코씨(東鄕茂彦·56)가 최근 서울을 방문했다. 그는 정유재란 때 남원에서 일본에 끌려가 가고시마(鹿兒島)현에 정착한 도공 박(朴)씨의 후예다. 태평양전쟁 시작 직전과 종전때 외상을 지낸 도고 시게노리(東鄕茂德)가 조부. 틀림없는 일본인이지만 27일 인터뷰 도중 '400년 재일동포' 란 표현을 쓰기도 했다. 판문점 등 휴전선 일대를 둘러본 그는 "남북회담이 열리고 경의선 복원공사가 진행되는 등 큰 변화가 있기는 하지만 통일은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고 소감을 말했다.

와세다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69년 아사히(朝日)신문에 입사해 사회부 정치부기자를 거쳐 76년 워싱턴포스트로 옮겼다. 3년간의 워싱턴 근무를 빼고는 줄곧 도쿄 특파원으로 일하며 한반도 취재까지 맡고 있다.

"중요한 현장을 지킨다는 즐거움이 최고의 기쁨" 이라고 말하는 그의 표정에는 32년의 오랜 기자 생활에도 불구하고 취재에 대한 열의가 넘쳤다.

최근 국제문제로 떠오른 일본의 역사 왜곡 교과서 문제에 대해 도고 특파원은 역사의 의미를 강조하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역사로부터 배우는 것이야말로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충분히 전달해야만 역사로부터 배울 수 있습니다."

그는 일본의 전쟁 책임에 대해서는 "전쟁 당사국 간 문제는 조약으로 끝난다 해도 당사국이 아닌 경우는 전혀 다르다" 며 "일본제국에 어쩔수 없이 협력해야 했던 한국 등의 군인 군속 등에 대해 일본정부가 취해온 행동은 정당하지 못한 것" 이라고 말했다.

그는 취객을 구하려다 숨진 유학생 이수현씨의 의로운 죽음을 통해 진정한 인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며 한동안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조헌주기자>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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