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김용옥 TV 강의 논란 과연 무엇이 쟁점인가

  • 입력 2001년 2월 27일 20시 13분


동양철학자 도올 김용옥의 KBS TV 강의 ‘도올의 논어이야기’를 둘러싼 논란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교수 재야한학자 가정주부 등 다양한 사람들이 김씨의 강의에 비판의 화살을 날리고 있는 반면 당사자인 김씨는 지난주 강의때 이외에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것이 전체적인 논쟁의 판도. 많은 사람들이 김씨에 대해 제각각 비판을 제기하고 있고 일간지 계간잡지 책 등 비판을 제기한 매체도 분산되어 있어 매우 혼란스럽게 느껴진다. 그동안 벌어졌던 ‘도올 논쟁’을 쟁점별로 나눠 짚어 보고 앞으로의 올바른 방향도 살펴본다. <편집자>

▽도올의 강의방식〓가장 큰 쟁점은 역시 강의 스타일이다. 도올을 비판하는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가 그의 강의 스타일이 너무 독선적이고 오만하며 자기과시적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도올의 독선적인 강의 스타일은 우선 그의 반말투에서 잘 나타난다.

도올은 지난해 강의에서 기침하는 노인을 강의실에서 나가도록 했고, 최근에도 “내 강의를 듣는 사람은 껌을 씹으면 안되니 할머니도 껌을 뱉으라”고 말했다. 아무리 자신의 강의를 청강하려 온 사람이지만 나이든 노인에게 그렇게 과격한 발언을 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았다.

비판자들은 또 그의 강의가 자기과신에 가득 차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서지문 고려대 교수가 “김 교수가 정말 동양학의 9단이라면 ‘9단은 9급과 상대하지 않는다’는 식의 표현은 결코 쓰지 않을 것이다. 동양의 대사상가들은 하나같이 그런 식으로 자기를 높이는 인간을 가장 ‘배우지 못한’ 인간으로 친다”고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도올의 강의 스타일을 문제삼는 것은 논쟁의 본질에서 벗어난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그의 강의 방식은 강의를 재미있게 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라는 것이다. 즉 그의 강의는 대중용 엔터테인먼트이기에 그 자체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해석의 문제〓김씨의 논어 강의에 대한 논쟁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려면 김씨가 논어에 대한 해석을 제대로 하느냐 못하느냐에 초점이 모아져야 한다. 그러나 그의 ‘노자’ 해석에 대해서는 한학자인 홍승균씨, 가정주부인 이경숙씨 등의 구체적 지적이 있었지만 논어 해석에 관해서는 아직 본격적인 비판이 나오지 않고 있다.

다만 건국대 성태용 교수가 ‘도올 논어’(1)에 대한 서평에서 간략히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맹자야말로 공자의 최대 이단이다” “논어의 ‘미자(微子)’편은 장자(莊子) 학파에 의한 날조지만 공자를 이해하는 데는 장자가 중요하다”라는 등의 주장이 충분한 전거(典據)도 없이 주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해석에 관련된 비판에 대해 김씨는 아직 아무런 답변을 하고 있지 않다. 다만 고전 해석을 문제삼는 데 대한 그의 대답은 “나는 30∼40년 동안 피땀 흘려 한문실력을 닦은 사람인데 한국에서 누가 내 한문해석을 문제삼을 수 있단 말이냐”는 감정에 복받친 발언 뿐이었다.

▽공자와 송유(宋儒)에 대한 비하〓공자를 ‘공짱구’라고 지칭하고 천민의 자식이라고 단정하는 김씨의 발언도 비판 대상이 되고 있다.

이같은 김씨의 주장은 주로 ‘사기(史記)’의 ‘공자세가(孔子世家)’를 근거로 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공자세가’가 공자를 신화화하려는 허구성을 지니고 있음을 지적하면서도, 공자의 신성성을 벗겨내는 근거로 이를 사용하고 있다.

성리학을 만들어낸 송나라 유학자(송유·宋儒)들의 논어 해석에 대해 김씨가 강하게 비판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김씨는 강의에서 “참으로 유치하고 어리석고 졸열한 것이 송유의 주석이다” “이 송유의 해석은 구역질나는 오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물론 한국에서의 논어 해석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송유의 영향권을 벗어나려는 과장된 표현이겠지만 송유의 철학체계와 그들의 역사적 기능을 무시한 비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철학의 대중화〓김씨는 과연 철학을 대중화했는가. 논어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일단 그는 철학을 대중화하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그의 철학 대중화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김진석 인하대 교수는 계간지 ‘사회비평’ 봄호에서 “(그의 철학 대중화에는) 음험한 권력욕이 숨어 있다”고 비판했다. 대중적 권력을 얻기 위해 공자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고전 텍스트의 지식이 더 이상 실천적으로 사용되기 힘든 상황임에도 마치 미래를 위한 만병통치약처럼 고전을 불러내고 있다”고 주장하고 그의 독단적인 해석이야말로 권위주의적 해석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도올은 “택시를 타면 운전사의 절반이 요금을 받지 않겠다면서 이번 기회에 생활에 도움 되는 강의를 듣게 돼 고맙다고 하더라”면서 철학 대중화에 대한 비판을 반박했다.

▽전망〓김씨의 논어 강의에 대한 가장 바람직한 논쟁은 물론 논어와 공자에 대한 해석과 이해를 둘러싸고 진행되는 것이다. 그러나 1주일 내내 거의 모든 시간을 이 강의 준비에 쏟고 있다는 김씨와 맞서서 해석의 문제를 가지고 논쟁을 하려는 학자라면 그에 못지 않은 시간과 노력을 논어 공부에 바쳐야 한다.

게다가 김씨는 공중파에서 매주 2시간씩의 발언권을 확보하고 있는 ‘문화권력자’인 만큼 한 개인이 그와 정면으로 맞서려는 것은 사실상 ‘무모한’ 일이기도 하다.

또한 논의의 초점을 흐리게 하는 데는 김씨의 강의 방식도 중요한 몫을 한다. 공자에 대한 비하적 발언과 지나치게 과장된 자화자찬 및 한국의 학계에 대한 무차별적 비난과 같은 것들은 사람들의 심기를 거스르며 그의 강의 방식에 ‘인상비평’을 난무하게 한다.

시작 때부터 국민들의 교양을 위한 혁신적인 기획이냐, 김씨를 이용해 시청률을 올려보자는 심산이냐를 두고 논란이 많았지만 그 논의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김형찬·이광표기자>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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