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칼럼]"프로야구 각 구단이 마운드 인물난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 입력 2001년 2월 27일 11시 51분


몇 년 전부터 시작한 타고투저 현상에 해마다 쓸만한 투수가 나오지 않고 있다. 한국 야구는 전통적으로 투수왕국으로 알려진 국가지만 정작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투수가 없어 애를 먹고 있다.

94년 박찬호 이후 미국으로 건너간 아마츄어 유망주만 해도 16명에 이르니 이러한 사정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미국으로 건너간 선수들은 하나같이 조금만 키우면 한국에서 선발 한자리는 꿰찰 수 있는 선수들이다.

이러한 사정은 올해도 마찬가지. 각 구단은 막상 시즌이 시작될 때가 되어 선발을 정하려 하다보니 낙점할 선수가 없어 고민을 하고 있다.

유망주는 해외로 자꾸 나가고 없는 살림에 억지로 꾸려나가다 보니 있는 선수들도 부상으로 떨어져 나가고 그나마 잘던지고 최고로 인정받는 투수들은 일본으로 건너가기에 바쁘니 한국에 남는 것은 떨거지들?

암튼 각 구단 감독들이 투수난에 환장할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시즌 가장 막강한 마운드를 가졌던 현대도 정민태가 떠나고 조규제, 조웅천이 SK로 떠난데다 운영난 까지 겹쳐 작년의 철벽마운드를 보여줄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김응룡 감독을 영입하며 첫 우승의 꿈에 부풀어 있는 삼성 또한 마찬가지. 이승엽-김기태-마혜영으로 이어지는 타선은 막강하게 꾸려놨지만 투수진은 예전과 별다를 바 없다. 이정호라는 특급 신인이 들어왔지만 아직까지 실력을 얼마나 보여줄지는 미지수.

그나마 박명환이 복귀하며 기대를 걸어봤던 두산의 마운드 또한 믿었던 젊은 투수 구자운이 부상으로 시즌초반 어찌될지 모르고 박명환도 완전하지가 않다.

한화도 정민철, 구대성을 다 일본으로 보내고 차포를 다 떼낸 형편이니 송진우, 한용덕 등 노장 선수들과 이상목, 지연규 등 어찌될지 모르는 재기 선수들에게 팀의 운명을 맡겨야 하는 사정 또한 안스럽다.

어느팀 하나 ‘우리는 투수왕국이다’라고 주장할 수 있는 팀이 하나도 없다. 단지 모든 구단들이 재기선수나 용병 투수에게 일말의 희망을 걸고 있는 실정.

홈런왕은 캐딜락을 타고 다승왕은 챔피언 트로피를 받을 수 있다는 야구계의 속설이 있듯이 투수력은 팀의 운명을 결정한다.

그런데 어디하나 자랑할만한 투수력을 갖추지 못하고 타력만 앞세워 서로 피터지게 싸워야만 할 올시즌 형편이 불보듯 훤히 보이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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