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년 KA기 납북사건]강릉→서울 비행중 피랍…진상 베일속

  • 입력 2001년 2월 26일 18시 50분


대한항공(KAL)기 납북사건은 69년 12월11일 낮 12시25분 승무원 4명과 승객 47명을 태우고 강릉을 떠나 서울로 오던 YS 11기가 대관령 상공에서 고정간첩에 의해 북한으로 강제 납치된 사건을 말한다.

이 사건은 북한에 의한 첫 남한 항공기 납치사건으로 68년 김신조 일당의 ‘1·21’ 청와대 습격과 푸에블로호 납치사건, 69년 울진 삼척 무장공비 침투 사건과 함께 남북간 긴장을 극도로 고조시켰다.

피랍 30시간만인 13일 새벽 북한 평양방송은 기장 유병하(柳炳夏)씨와 부기장 최석만(崔石滿)씨를 통해 “두 조종사에 의한 자진 입북”이라고 보도했다. 국군 레이더망은 피랍기가 함흥 근처에 있는 선덕비행장에 도착했음을 포착했다.

북한은 당시 이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했으나 국제적 비난여론이 거세지자 국제적십자사를 통해 70년 2월5일 이들을 송환하기로 했으나 송환 당일 이 약속을 뒤집기도 했다.

결국 사건 발생 66일 만인 70년 2월 14일 승객 39명은 판문점을 통해 귀환했다.

그러나 승무원 4명 전원과 승객 8명은 북에 남게 됐고, 이들의 남측 가족들은 ‘납북 KAL 미귀환자 가족회’를 만들어 송환촉구 활동을 벌였으나 당국의 미온적 반응으로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당시 미귀환자 중 서울 창덕여고 64년 졸업 동기동창인 여승무원 성경희(成敬姬·이화여대 사회생활과졸)씨와 정경숙(鄭敬淑·이화여대 도서관학과졸)씨는 북한에서 결혼했고, 특히 성씨는 북한의 대남방송인 ‘구국의 소리’ 아나운서로 활동해 온 사실이 92년 자수한 간첩 오길남씨에 의해 확인되기도 했다. 그러나 기장 유병하씨 등 북에 억류된 다른 납북자들의 소식은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납치범에 대해 당시 치안국은 “북괴의 고정간첩이며 강릉에서 자혜병원을 경영하던 승객 채헌덕(蔡憲德)이 주범으로서, 다른 승객 조창희(趙昶熙)와 부기장인 최석만을 포섭해 비행기를 납북해 갔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대한항공측은 그해 12월 15일 기자회견을 갖고 “최석만의 가정과 생활태도로 보아 간첩행위를 할만한 결정적 단서가 없다”면서 “따라서 경찰의 발표는 단순한 추정일 뿐”이라고 말해 사건의 정확한 진상은 지금까지도 베일에 가려 있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당시 미귀환자 12명 명단▼

△기장 유병하(당시 37) △부기장 최석만(〃 37) △여승무원 성경희 정경순(이상 〃 23) △승객 채헌덕(〃 49) 장기영(張基英·〃 41) 임철수(林哲洙·〃 49) 황원(黃元·〃 33) 김봉주(〃 29) 이동기(李東起·〃 48) 최정웅(崔貞雄·〃 29) 조창희씨(〃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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