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장의 명품이야기]'구치' 세계명사들의 애장품

  • 입력 2001년 2월 22일 18시 39분


몇 년전 ‘불륜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TV드라마 ‘애인’에서 황신혜가 신었던 샌들과 핸드백은 ‘구치’였다. 한국의 젊은 여자 연예인들이 선호하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호화로움과 풍성함, 섹시함을 강조하는 구치는 1923년 이탈리아의 가죽 수공업자 구치오 구치(Guccio Gucci)가 창립했다. 1950년대에는 4명의 아들이 대를 이어 본격적인 패션 브랜드로 키웠다.

구치의 대표작은 대나무손잡이 핸드백(1947년), 금속장식을 붙인 모커신 샌들(1952년), 그레이스 켈리 모나코 왕비를 위해 제작한 꽃무늬 스카프(1966년) 등. 오드리 햅번, 재클린 케네디, 마리아 칼라스 같은 유명인사들의 애장품으로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타고 고급 브랜드의 반열로 들어섰다.

구치에도 시련은 있었다. 형제간의 재산다툼과 암살로 구치의 이미지는 한때 3류 브랜드로 전락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서 미국 출신의 디자이너 톰 포드의 감각과 도미니코 데졸레의 경영전략이 멋지게 어우러지며 예전의 명성을 재건하는데 성공했다. 화려한 소재와 색상, 단순한 디자인 속에 숨겨진 조화를 앞세워 1990년대 ‘섹시 무드’를 이끄는 최고의 패션 브랜드로 떠오른 것.

구치의 성공 배후에는 대중의 관심사를 디자인에 접목시키는 발군의 감각이라는 비결이 숨어있다. 구치는 모든 사람들의 관심사인 ‘섹스’라는 주제를 패션에 담아냄으로써 위기를 극복하고 ‘대중적 명품 브랜드’로 부활했다.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동질감, 다양성을 하나의 통일된 주제로 이야기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브랜드만이 치열한 경쟁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법이다. 패션산업으로 세계의 문을 두드리고 싶어하는 한국 기업이라면 수십년만에 화려하게 부활한 구치를 들여다보며 성공의 열쇠를 찾아볼 일이다.

홍 성 민(보석디자이너)

cli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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