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동성애자 파리시장 탄생할까…들라노에 54%지지 얻어

  • 입력 2001년 2월 19일 19시 01분


프랑스 파리의 차기 시장으로 사회당 출신이면서 동성애자인 베르트랑 들라노에 상원의원(50)이 유력시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선거를 한 달 가량 앞두고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들라노에 의원은 54%의 지지를 얻어 공화국연합(RPR)의 필립 세갱 후보(28%)나 무소속으로 출마한 장 티베리 현 파리시장(18%)을 여유 있게 따돌렸다.

파리시장은 20개 구에서 인구비례로 선출된 구의원들이 뽑는다.

들라노에 의원은 20개구 중 절반 이상에서 앞서 나가고 있어 우파의 아성인 파리가 좌파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그가 당선될 경우 1871년 파리코뮌 이후 130년 만에 사회당 출신의 정치인이 시장이 될 뿐만 아니라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공개적으로 밝힌 첫 파리시장이 된다.

깃을 올린 푸른색 코트 차림에 가느다란 시가를 즐겨 피우며 자신의 영웅이 의적(義賊) 로빈 후드라고 말하는 들라노에 의원은 카리스마는 없으나 시민이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리오넬 조스팽 총리의 오랜 측근으로 사회당 내의 직책을 두루 거쳤지만 내세울 만한 경력이 없으며 일반 대중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최근 좌파 후보를 지지한다고 응답한 파리 시민의 43%도 그에 대한 선호 때문이 아니라 우파에 대한 환멸을 이유로 들고 있다.

파리시장 선거는 프랑스 정치권의 세력 판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바로미터로 내년에 치러질 총선과 대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그가 승리할 경우 재선을 노리는 자크 시라크 현 대통령에게 커다란 타격이 될 전망이다.

<파리〓김세원특파원>clai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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