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코리아로 가는 길(19)]전통과 첨단의 접점

  • 입력 2001년 2월 19일 18시 55분


인터넷은 그 무궁무진한 자료의 양을 빗대어 흔히 ‘정보의 바다’로 불린다. 인터넷을 검색할 때 ‘항해(서핑)’라고 말하는 것도 그런 점에서 더없이 적절한 표현이다.

바다라는 말은 한편으론 산업적 측면에서도 딱 들어맞는 비유다. 인터넷은 수많은 강물(산업)이 하나로 모이는 ‘산업의 바다’이기도 하다. 전통산업에서 첨단산업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분야가 인터넷에서 그 접점을 형성하며 ‘용광로’를 이루고 있다. 이 바다 속에서 기존의 전통과 첨단을 구획짓는 ‘울타리’는 점점 걷히고 있다.

▽전통산업의 변신〓캐나다 서부의 미항도시 밴쿠버. 농업 어업 임업 등 전통산업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도시답게 차분한 분위기의 이 도시는 그러나 그 내부에선 일대 변신이 진행중이다.

밴쿠버 시청의 정보기술(IT) 책임자인 존 더닝은 “서부 캐나다의 전통적인 농업 및 천연자원 분야에도 인터넷이 몰고 오는 변화가 한참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밴쿠버시가 속해 있는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정부의 인터넷 사이트에는 서부 캐나다 전통산업의 비전이 담겨 있다.

농업 임업 어업 등의 e비즈니스 전략을 포괄하고 있는 이 사이트는 ‘전통산업의 21세기적 모형’을 제시한다.

가령 농업 분야의 경우 성장과 수확에 대한 예측을 강화하고 있다. 이로써 다양한 특수 농작물의 생산이 증가하고 세계 각지의 다양한 수요에 캐나다 농민들이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된다.

구매자는 농산품에 대한 정보를 얻고, 농민은 소비자들의 수요를 미리 파악해 어떤 작물을 재배할 것인지 결정한다. 농업에 있어서도 일종의 ‘주문 생산’이 이뤄지게 되는 셈이다.

밴쿠버 앞에 펼쳐진 북대서양 어장의 심해에도 인터넷이 ‘진출’한다. 인터넷을 통한 예측모델, 전자계측, 인공사진 등을 통해 어획량에 대한 측정이 정확해진다.

서부 캐나다 지역의 방대한 침엽수림에도 인터넷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정부는 앞으로 수년 안에 지구위치측정위성(GPS·Global Posi―tioning System)을 비롯해 전자측량기, 디지털 보조장비 등 고도의 관리도구로 삼림을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밴쿠버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통과 첨단의 접목은 이 곳의 한 벤처기업 사무실을 통해 생생히 확인할 수 있었다. 밴쿠버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빌드디렉트닷컴(Builddirect.com)은 캐나다의 삼림자원을 기반으로 건설자재의 원스톱 쇼핑을 구현하기 위한 건설 전문 마켓플레이스(Marketplace)를 구축하고 있는 업체.

마이크로소프트 등에서 기술을 닦은 전문 프로그래머들이 캐나다의 삼림 자원 속에서 수익모델을 ‘캐내고’ 있다.

이 회사의 마켓플레이스는 중개자 소매자 공급자 등에게 기존 건설 자재 구입비보다 20% 절감된 금액으로 건설자재를 공급하고, 거래금액의 5%를 거래 수수료로 받는 방식.

“구매금액의 20% 절감은 물류 체계의 획기적 개선으로 가능하다”고 이 회사 제프 부스 사장은 설명했다.

현재는 미국시장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나 세계시장을 겨냥해 중국과 홍콩에도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

부스 사장은 “고객에게 가장 가까운 자재회사에서 자재가 조달되도록 최적의 배송 체계를 개발했다”면서 “삼림에서 벌목된 목재가 현재 어디쯤 와 있는지 추적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아마존도 고민〓캐나다의 전통산업이 ‘아래(전통)에서 위(첨단)’로 올라가고 있다면 그 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경우가 바로 아마존이다.

이 인터넷의 ‘파이어니어(Pio―neer)’는 인터넷 선구자로 누렸던 이점만큼 그 ‘페널티’를 치러왔다. 자신을 가르쳐 줄 ‘교사’ 없이 스스로 ‘(아마존)정글’을 개척해 나가야 하는 탐험가였기 때문이다. 아마존의 장래에 대한 전망이 낙관과 비관을 수시로 오가는 것도 그 같은 양면성에서 비롯됐다.

아마존이 최근 1, 2년 새 배운 교훈은 첨단 온라인 기업의 이미지만으로는 안된다는 것. 즉 ‘내려오라’는 것이었다. 수익성에 대한 끊임없는 논란 속에서 아마존은 전통산업과의 경쟁이 아닌 인터넷상에서의 ‘동거’ 전략으로 방향을 틀었다. 아마존의 사옥인 시애틀의 고풍스러운 병원 빌딩처럼 전통과 첨단의 기묘한 공존이다.

제프 베조스 회장은 잘라 말했다. “우리는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다 갖춰놓는다.” 거기에는 책뿐만 아니라 전통산업의 영역으로 분류될 만한 분야까지 점점 넓어지고 있다.

베조스 회장이 “아마존은 이제 겨우 초기 단계(Infancy Stage)”라고 말한 것처럼 인터넷 환경이 성숙해질수록 인터넷은 그 접점의 바다가 될 전망이다.

<밴쿠버·시애틀〓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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