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과 서의 벽을 넘어]"기독교와 유-불-도교 원리는 상통"

  • 입력 2001년 2월 19일 18시 48분


◇김흥호 전이대 교목실장

매주 일요일 오전 이화여대에서 열리는 원로목사의 동양철학 강좌는 장안에 정평이 나 있다. 30여년째 이 강의를 계속해 오고 있는 주인공은 올해 82세를 맞는 김흥호 전 이화여대 교목실장이다.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성장한 그는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교수로 부임하기 전부터 동양철학에 큰 관심을 가졌다. 교수가 된 이후에는 기독교 과목 이외에 동양철학 강의까지 맡은 것이 본격적으로 이 분야를 연구하게 된 계기가 됐다. 여기엔 스승인 다석 유영모(多夕 柳永模·1890∼1981) 선생의 영향을 빼놓을 수 없다.

“30년대 평양에서 유명한 부흥사였던 황치현 김종우 목사 등을 통해 ‘정(情)적’ 종교를 배웠고, 40년대 일본에서 8년간 공부하는 동안 무교회주의자였던 우치무라 간조(內村鑑三) 등을 통해 ‘지(知)적’ 종교를 배웠습니다. 그리고 귀국 후에 유영모 선생을 통해 ‘의지적’ 종교를 배웠지요.”

유영모 선생은 무교회주의 운동을 주도했던 김교신, 민주화운동을 이끈 함석헌 등을 비롯해 한국현대사의 많은 지식인들에게 영향을 준 사상가.

“기독교를 설명하며 유교 불교 도교를 아울러 이야기했던 유영모 선생의 가르침을 받으며 언젠가 동양철학 전체를 보고 싶었습니다. 종교라는 측면에서 보면 기독교와 유불도가 모두 공통점이 있어요.”

그는 모든 종교에는 견성(見性·깨달음), 도덕, 종교라는 세 가지 핵심이 있다고 말한다. 공자가 30세에 뜻을 세운 것, 석가모니가 35세에 깨달음을 얻은 것, 예수가 세례를 받은 것이 모두 ‘견성’이다. ‘도덕’이란 기독교의 8복음과 불교의 팔정도(八正道), 유교의 삼강오륜이다. 종교는 기독교의 신약과 구약, 유교의 십삼경, 불교의 팔만대장경을 가리킨다.

일부 동양철학 연구자들은 이런 포괄적 관점으로 동양철학을 보는 데 대해 자의적 해석의 우려가 있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그는 그저 동양철학을 기독교인의 입장에서 볼 뿐이라고 말한다.

불교를 기독교의 입장에서 보고, 유교를 도교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서로를 이해하고 전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저에게도 편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제 눈에 보이는 것만 보는 것이지요. 전지전능한 하나님과 달리 전체를 볼 수 없는 것이 인간의 한계입니다.”

그가 왕양명의 ‘전습록(傳習錄)’과 선가(禪家)의 경전인 ‘벽암록(碧巖錄)’을 완역 풀이한 ‘양명학 공부’(1·2), ‘푸른 바위에 새긴 글’ 같은 책은 동양철학 전공자에게는 매우 중요한 책이다. 기독교인이 더러 동양고전을 인용하는 경우는 있어도 이렇게 동양고전 전체를 해설한 책을 내놓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게다가 이 책들은 전 27권을 목표로 간행중인 ‘김흥호전집’(솔출판사)의 일부일 뿐이다. 그는 그동안 강의해온 동양사상 관련 내용들을 지금도 책으로 내기 위해 정리 중이다.

<김형찬기자>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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