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말한다]"한중일 샅샅이 답사 한국진검 살려냈죠"

  • 입력 2001년 2월 16일 18시 37분


◇조선세법(朝鮮勢法)

김재일 허일봉 지음

373쪽 1만5000원 화산문화

“일본의 도법(刀法)이 살인도(殺人刀)인 데 반해 우리의 검법(劍法)은 활인검(活人劍)입니다. 무작정 공격하고 죽이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공격하니까 이에 대해 방어하며 서로를 살리는 것입니다.”

검도에 입문한 지 49년 째. 고교 대학교 일반부 선수로 각종 검도대회의 우승을 휩쓸고 국가대표를 거쳐 대학에 검도 강의를 처음 개설하는 등 검도 이론의 정립과 전파에도 힘써 온 김재일 대한검도회 부회장 겸 경기도검도회 회장(62). 어렸을 때 멋모르고 시작했던 우리 검도의 본 모습을 찾기 위해 한국 중국 일본의 곳곳을 뒤지며 다니던 끝에 중국 옌볜검도회 회장인 옌볜대 허일봉 교수(58·중국무술기공 담당)를 만나 우리 전통 검법인 ‘조선세법’을 복원해 냈다. 1999년 먼저 영상자료를 만들었고 이번에 그 이론을 정리한 저서를 내놓은 것이다.

그는 허 교수와 함께 약 400년 전 중국 명나라의 마오위앤이(茅元儀·1594∼1640)가 고금의 병서를 정리한 ‘무비지(武備志)’에 ‘조선세법 24세(勢)’가 상세히 기록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것을 우리의 전통 검법이라고 확신하고 연구한 끝에 ‘조선세법’을 복원한 것이다.

“현존하는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검법서라는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도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뒤에 왕명에 따라 급하게 만든 것입니다. 우리 본래의 검법을 여기서 찾는 것은 무리입니다.”

약 400년 전에 만들어진 ‘무비지’는 ‘무예도보통지’보다 200년이 앞선다.

“현재 일본식 검도에는 치기와 찌르기 정도밖에 없지만 조선세법에는 치기와 찌르기 뿐 아니라 깎아내리는 삭(削), 세수할 때 손등을 문지르듯 오른쪽으로 올려베는 세(洗), 호랑이꼬리가 상하로 가위치듯 공격하는 전(剪), 점찍듯 콕 찌르는 점(點) 등 대단히 다양한 기술이 있습니다. 고도로 발달한 검법이었지요.”그는 우리가 일본의 도법을 따를 이유가 없다고 본다. 나아가 다른 한국 무술에서도 일본의 잔재를 걷어내야 한다고 역설한다.

<김형찬기자>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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