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내 아이 성교육은 언제부터 시작하면 좋을까?

  • 입력 2001년 2월 16일 17시 56분


유아 성추행 소식이 간간이 들려오는 데 이어 최근엔 아동 포르노 사이트까지 적발됐다.

날이 갈수록 아이 키우기가 두려워지는 험한 세상이다. 이럴수록 아이들에게 자신의 몸의 소중함을 강조하는 성교육이 필요하다. '성교육하기엔 너무 어리지 않나?' 라는 생각도 들겠지만 성은 출생과 더불어 시작되는 것이므로 부모가 생활속에서 자연스럽게 가르치는 것만큼 효과적인 방법도 없다.

내 아이 눈높이에 맞춘 성교육 가이드.

어릴 때부터 ‘성은 건강하고 소중한 것’임을 알게해야

성교육을 하긴 해야겠는데 언제부터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3세부터 7세까지의 유아기는 성교육의 기초를 다지기에 좋은 시기라고 말한다. 이 시기에는 복잡한 내용은 설명해줘도 잘 이해를 못하므로, 성을 대하는 건강한 태도와 마음가짐을 만들어주는 데 주력하도록 한다.

아이가 가끔 성기를 만지작거리며 노는 걸 보면 부모들은 놀라서 ‘아이가 왜 이럴까, 무슨 이상이 있는 것일까’ 하고, 아이를 때리거나 노심초사하며 잔소리를 하기 쉽다. 그러나 이런 부모의 태도는 아이에게 ‘성이란 불결하고 나쁜 것’이라는 선입견을 심어주기 쉽다.

유아기에는 아이가 손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되면서, 자신의 몸 이곳저곳을 탐험하며 신체 부위 각각에 대해 다른 감각을 인식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므로 부모 스스로 지나친 생각은 버리는 것이 좋다.

유아기에 아이가 흔히 보이는 성에 대한 관심은 출생에 대한 것이 가장 두드러진다. 예를 들어 “엄마, 아기는 어떻게 생겨?” 혹은 “아기는 어떻게 나와?” 같은 질문들을 꼽을 수 있다. 이때 부모가 당황해서 ‘배꼽’이라거나 ‘주워왔단다’라는 식으로 얼버무리게 되면, 아이는 도리어 개념에 혼란을 맞게 된다. 엄마는 아이의 나이에 맞게 답변을 해주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3세 정도 되는 아이라면, “엄마의 몸에는 아기가 나오는 문이 있단다” 정도만 설명해줘도 대강 이해가 가능하다. 아이의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좀더 정확한 용어를 써서 설명해주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아이들은 생식기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할 수 있다. 이때 엄마들은 흔히 ‘고추’ ‘잠지’ ‘찌찌’ 등 유아적인 용어를 사용해서 대답해주는 경우가 많은데, 아이가 6세 이상이 되면 정확한 용어를 쓰는 것이 좋다. ‘음경’‘고환’‘음순’‘질’‘자궁’등으로 정확하게 일러준다.

이렇게 성교육을 할 때는 말로만 하는 설명은 불충분할 수 있으므로, 그림이나 비디오를 활용하도록 하자. 또는 인형이나 생물도감을 이용해도 효과적이다.

아이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성에 대한 질문에 알맞는 답변

Q 나는 왜 고추가 없지?

A 너는 여자지? 엄마도 너처럼 여자야. 그런데 오빠는 여자가 아니고 남자야. 아빠도 남자란다. 여자와 남자는 다르지? 머리도 다르고 옷도 다르게 입고…. 그것처럼 몸에도 다른 것이 있는데, 오빠는 남자니까 고추가 있어. 너는 여자니까 없고, 엄마도 여자니까 없는 거란다.

Q 나는 왜 수염이 없지?

A 너도 커지면 생길 거야. 아빠는 코밑에 수염이 있지? 너도 어른이 되면 코밑에도 수염이 나고 겨드랑이 밑에도 털이 나게 될 거야. 사람의 몸속에는 여러 가지 중요한 기계들이 있어. 어른이 되면 그런 기계들이 점점 커지는데, 중요한 기계니까 약해지지 않도록 잘 보호해주어야 하거든. 그래서 어른이 되면 수염이 생기는 거야. 너도 커서 어른이 되면 생기게 된단다.

Q 아기는 어디서 나오지?

A 아기는 엄마의 배에서 나온단다. 엄마 뱃속에는 아기가 자라는 방이 있는데, 그곳에 있다가 때가 되면 나오게 되는 거야. 엄마의 몸에는 아기가 밖으로 나올 수 있는 길도 있는데, 그 길의 문을 통해서 몸 밖으로 나오게 된단다.

Q 배꼽은 뭐 하는 데야?

A 지금은 아무 쓸모가 없지만 네가 엄마 뱃속 자궁이라는 곳에 있을 때, 배꼽은 너와 나를 연결해주는 줄이었단다. 배꼽에 달린 줄을 탯줄이라고 하는데, 너는 그곳에서 음식을 받아먹고 커져서 태어난 거야. 그렇지만 이제는 네가 밖으로 나왔으니 탯줄은 떨어져나가고 그 자리에 남은 것이 배꼽이야.

Q 왜 난 남자애들처럼 서서 오줌누면 안되지?

A 가랑이를 넓게 벌리면 서서 누어도 되긴 하지만, 옷과 다리에 오줌이 묻지 않겠니? 꼭 서서 누고 싶으면 목욕할 때 한번 해보면 되지.

Q 나도 오줌눌 때 엄마처럼 편안히 앉아서 누면 안 되는 거야?

A 너도 앉아서 누려면 눌 수 있단다. 하지만 오줌이 변기 밖으로 튀어나가지 않도록 해야 돼. 옷을 적시는 것보다는 서서 누는 것이 낫겠지?

Q 아기는 어떻게 만들어?

A 엄마와 아빠가 합쳐서 만들지. 아빠가 아기씨를 엄마 뱃속에 넣어주면 비로소 작은 아기가 엄마 뱃속에 생겨.

Q 왜 아빠는 아기를 못 낳아?

A 아기가 자랄 수 있는 곳이 자궁인데, 자궁은 여자의 뱃속에만 있어. 하지만 아기를 만드는 일에는 아빠도 참여한단다. 아빠에게는 아기씨가 있거든. 그것이 있어야만 엄마는 아기를 만들 수 있어.

Q 나는 세상에 나오기 전에 어디에 있었어?

A 아홉 달 동안 엄마 뱃속에 있었지. 엄마 뱃속에는 ‘자궁’이라는 특별한 주머니가 있거든. 너는 그 속에서 이만큼(손으로 가늠해 보여준다) 될 때까지 자라서 태어난 거야.

Q 아기를 뱃속에서 꺼낼 때는 배를 갈라야 돼?

A 아니 대부분 아기는 ‘질’이라는 아기가 나오는 문을 통해서 나온단다. 그러나 가끔 그 문으로 나오지 못하는 아기도 있기 때문에 그럴 때는 의사선생님이 수술을 해서 배로 꺼낸단다. 하지만 다시 잘 꿰매서 붙여주니까, 엄마는 염려 없어.

유아 성폭력은 대부분 주위의 아는 사람에 의해 저질러진다

요즘 신문지상에 보면 초등학교 어린이를 성폭행하는 사건이 종종 등장한다. 유아 성폭력이란, 형사상 미성년자인 만 14세 미만의 어린이에게 행해지는 추행, 강간미수, 강간 등의 성적인 폭력을 가리키는 말이다. 자녀에게 성교육을 하는 과정에서 부모가 빼놓아서는 안 될 일의 하나가 바로 성폭력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다.

외국의 경우 피해 대상을 생후 6개월부터 잡고 있는 것을 볼 때 나이 어린 아동들도 성폭행의 피해에서 안전할 수 없다. 어린이 성폭행은 전체 성폭행의 30%나 되고, 그 후유증도 성인에 비해 오래간다.

어린이 성폭력은 집안이나 집 주변, 집 앞 놀이터, 아파트 지하나 옥상, 엘리베이터, 심지어 학교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즉 어린이가 있는 곳은 언제 어디서나 성폭력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 형태도 거짓말이나 과자 등으로 유인하기, 건물이나 길을 가르쳐 달라는 등 질문으로 유인하기, 장난이나 재미있는 놀이를 하자며 유인하기, 특별히 귀여워한다며 애정을 가장하는 등 간접적인 수법으로 성추행 혹은 성폭력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소중한 자녀들을 보호하고 이러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하여 올바르고 적절한 성교육이 요구된다.

어린이 성폭행의 가장 큰 특징은 가해자의 대부분이 어린이가 아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동네 오빠, 동네 아저씨, 친아버지 등 근친, 친척 등 대부분 안면이 있는 사람에 의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친척 오빠나 친척 아저씨가 와서 집에 묵고 가는 경우가 되었을 때라도 아이가 어리다고 한방에서 재우는 것은 삼가야 한다. 또한 대부분 유아 성폭력이 어두운 저녁 시간대가 아니라 환한 대낮에 이루어진다는 사실도 부모와 아이가 다 주지하고 있어야 한다.

성폭력 예방 교육의 첫 단계는 아이에게 내 몸의 소중함을 인식시키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내 몸이라는 것을 알려주어야 한다. 특히 입술, 성기, 엉덩이 등 우리가 ‘성감대’라고 지칭하는 부분들은 절대로 남들이 함부로 만지게 해서는 안 된다고 교육시킨다. 만약 누군가가 그곳을 만진다면 큰 소리로 울거나 “싫어요!”라고 크게 말하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실제로도 “싫어요!”라고 큰 소리로 말하는 훈련을 시킨다. 이‘싫어요 훈련’을 시킬 때는 아이에게 수영복을 입혀 놓고, 엄마가 만지는 사람이 되어서 아이의 신체 부위를 만진다. 이런 훈련을 시켜두면 아이는 누군가 자기를 만지려고 할 때 자동적으로‘싫어요’라고 말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반복 훈련 없이는 아이는 ‘싫다’는 의사표시를 잘 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주의해야 할 점은 잘못하면 아이가 어른에 대해 불신감을 가질 수도 있다는 점. 성폭력 예방 교육을 실시하면서도 “세상엔 이렇게 나쁜 어른만 있는 건 아니란다. 대부분 좋은 사람이 많은데, 어쩌다 한 명씩 나쁜 행동을 하는 어른이 있으니까 조심하자는 것이란다”라고 아이에게 일러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성폭행 당한 아이에게는 담담하게 대하는 부모의 자세가 약이 된다

성폭행이 일어난 상태에서는 일단, 초동 대처가 가장 중요하다. 아이가 크게 충격을 받은 상태이므로, 부모는 되도록 담담하게 아이를 대한다. 아무렇지도 않은 사건이 일어난 것처럼 담담하게 대해야 한다.

아이를 조용한 곳으로 데리고 가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쉬운 말로 물어보는데, 이때 부모가 다그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아이의 말을 듣고 나서는, 전적으로 믿어주며 책망하거나 야단치지 않도록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사건은 기분 나쁜 일이지만, 네가 잘못한 일이 아니므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안심시켜 주어야 한다. 잘못할 경우 아이는 자신의 잘못으로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을 책망하기 쉽기 때문에, “여전히 너를 사랑하고 있다”는 표시로 아이에게 활짝 웃으며 안아주거나 보듬어주도록 한다.

다음은 아이를 병원에 데리고 가서 외상여부를 확인, 치료하고 진단서를 떼어놓는다. 피해 당시 아이가 입었던 옷은 세탁하지 말고 종이봉투에 잘 보관하고, 가능한 한 빨리 고소 여부를 결정한다. 또 아이 앞에서 지나친 걱정이나 가해자에 대한 욕설 등을 노출하지 않도록 한다.

혹시 어린이가 평소에 하지 않던 행동을 하거나 불안과 두려움을 나타내면 소아정신과 의사를 만나거나 전문 상담기관의 도움을 받도록 한다.

■ 글·박형래 <자유기고가>

■ 도움말·배정원 <청소년을 위한 내일 여성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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