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문화캠페인]'의인기금' 큰 세상 만든다

  • 입력 2001년 2월 15일 19시 06분


1월26일 일본 도쿄의 지하철역에서 선로에 떨어진 취객을 구하려다 사망한 이수현씨 사건으로 ‘의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생면부지의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버린 것으로 인정돼 국가보상을 받은’ 의사자는 국가보상제도가 실시된 91년 이후 136명. 지난해에는 15명의 의사자가 국가보상을 받았다. 이들의 유족은 국가유공자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월평균 기본연금액 53만5000원의 240배인 1억2840만원을 받았다.

그러나 까다로운 심사조건 때문에 의로온 행동을 하고도 의사자로 인정받지 못한 사람들도 적지 않다. 심지어 99년 씨랜드 참사 때 어린이들을 구하고 사망한 서울 마도초등학교 김영재 교사도 공식 ‘의사자’로 인정받지는 못했다.

그나마 국가보상금이 1억원을 넘은 것도 극히 최근의 일. 99년에는 8200여만원이었고 96년 8월 성폭력피해 여성을 구하려다 사망한 최성규씨의 유족(부인과 2세의 딸)은 3400여만원만 받았을 뿐이다.

대부분의 의사자들은 이수현씨의 경우와 달리 미담 정도로만 다뤄지고 잊혀졌다. 이들의 뜻을 기리고 살아남은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을 성찰하려는 시도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이러한 빈틈을 메우기 위해 민간이 나섰다. 아름다운재단이 준비 중인 ‘의인기금’이 그것이다. 아름다운재단은 의인의 개념을 확대, 공익을 위해 제보를 하고서 직장에서 쫓겨나는 ‘내부고발자(whistle Blower)’들도 우리 시대의 의인으로 규정해 지원하려 한다.

박원순(朴元淳) 아름다운재단 이사는 “의사상자 예우에 관한 법률은 물리적 범주의 의사자만을 인정하고 있지만 사회적으로는 공익을 위해 개인적 불이익을 감수하고 양심 선언에 나선 사람들도 의인의 범주에 넣고자 한다”고 말한다.

90년 감사원의 감사관 재직 시절 재벌의 로비 실태를 폭로한 이문옥(李文玉·62)씨나 96년 감사원의 경기 남양주 효산콘도 인허가 감사중단 압력을 폭로하는 양심선언을 했던 현준희(玄俊熙·48) 전 감사원 주사의 경우가 대표적. 현씨는 18년간 몸담은 직장에서 쫓겨나 2개월의 구속에서 풀려난 뒤 건강식품 학습지 방문판매, 휴대전화 영업사원 등을 전전했다. 현재는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5년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전셋집에서 월셋집으로 옮기는 등 생활고를 겪었다.

철도청 내부비리를 폭로했다가 99년 해임된 황하일(黃夏日·35)씨도 “복직을 위한 소송에 매달려 생계는 뒷전”이라고 말한다.

외국의 경우 내부고발자들에 대한 보호법이 마련돼 있을 뿐만 아니라 공익성 폭로 때문에 환수한 예산의 일부를 고발자에게 부여하는 인센티브제까지 실시한다.

우리나라도 국회에 계류 중인 부패방지법안에 내부고발자 보호조항이 들어가 있지만 통과까지는 기약이 없다. 국회의원들이 원론적으로는 찬성한다면서도 실제 법안통과에는 의욕이 없기 때문이다. 이 법에는 ‘공익제보로 인해 공공기관의 낭비예산 회복, 증대가 있을 경우’ 증대금액의 15% 내에서 보상금을 지급하자는 조항이 들어가 있다.

아름다운재단 의인기금은 의인들에 대한 후원회 결연사업을 추진하는 등 이들에 대한 민간 차원의 보상 격려 위로를 하고 양심선언 시민을 위해 일정기간 생계비나 생활비를 보조하는 활동도 벌일 계획이다.

<서영아기자>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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