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인터뷰]베를린에서 만난<트래픽>의 스티븐 소더버그

  • 입력 2001년 2월 11일 17시 56분


영화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로 ‘천재’라는 말을 들으며 혜성같이 등장한 뒤 10여년. 미국의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이제 독립영화의 총아에서 예술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갖춘 거장으로 성장했다.

제51회 베를린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소더버그 감독의 최신작 ‘트래픽’(Traffic)의 시사회와 기자회견장은 300여명의 기자들로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1938년 마이클 커티즈 감독이후 62년만에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작에 나란히 두 작품(‘에린 브로코비치’와 ‘트래픽’)을 올려놓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소더버그는 베를린 영화제에서도 가장 각광받는 감독이다.

‘트래픽’은 한마디로 ‘나르코틱 아메리카(Narcotic America·마약에 찌든 미국)’에 대한 정치, 사회, 범죄학적 종합보고서다. 마약과의 전쟁을 진두지휘하는 연방법원 판사(마이클 더글라스)는 정작 자신의 딸이 마약중독의 나락에 떨어진다. 남편이 마약조직의 두목으로 구속된 아내(캐서린 제타 존스)는 뱃속의 아기를 지켜야 한다며 태연히 증인의 암살을 사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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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린 브로코비치’에 이어 ‘트래픽’같은 사회고발영화를 잇따라 연출한 이유에 대해 그는 “너무 만연되다보니 오히려 당연히 여겨지는 문제의 심각성을 환기시키고 싶었다”며 “이 영화가 그런 논의의 시작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직접 카메라를 들고 촬영하고 인공 조명과 세트를 쓰지 않은 이유에 대해 “현실이 영화보다 더 기막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그렇게 상업영화의 일반적 제작관행에서 벗어난 방식을 고집하면서 스타를 기용하는 이유는 뭘까.

“사람들이 보지 않는 영화는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들이 내 영화를 통해 스타를 만나면서 상업영화들이 다루지않는 문제들에 대한 고민에 동참하게 만들고 싶었다.”

그런 그가 현재 할리우드 스타들에게 얼마나 인기있는 감독인가는 차기작 ‘바다의 11인’의 출연진을 소개하는 그의 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줄리아 로버츠, 맷 데이먼, 그리고 또 누구더라….”

<베를린〓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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