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히딩크 퍼즐' 서서히 윤곽 드러나

  • 입력 2001년 2월 9일 18시 33분


한국축구 올림픽팀의 마스코트가 ‘좌영표 우진섭’이었다면 히딩크 사단의 새 마스코트는 ‘좌종수 우기현’.

거스 히딩크감독은 11일 두바이 4개국친선축구대회 아랍에미리트(UAE)전에서 또 한번 ‘파격’을 선보일 예정이다. 8일 모로코전이 처진 스트라이커로 나선 고종수를 상대로 한 실험 무대였다면 UAE전은 10일 벨기에에서 입국하는 설기현(앤트워프)의 테스트 무대.

히딩크 감독은 모로코전 전반 한국이 심한 공수 불균형을 보이며 한 골을 허용한데도 흔들리지 않고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선수를 교체하거나 포지션을 바꾸지 않고 고종수의 가능성을 면밀히 관찰했다. 경기후 히딩크 감독이 “실험은 계속된다”고 밝혔듯이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이번 대회를 포지션에 맞는 선수를 찾는 실험 무대로 철저히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실험 결과 고종수의 기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위치는 일단 왼쪽 날개. 후반 고종수를 다시 원위치시키고 유상철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박지성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자리바꿈해 지난달 파라과이전때와 똑같은 전형으로 나선 것은 바로 이같은 판단 때문.

그러나 한국은 후반 경기 주도권을 잡고 활발한 공격을 펼쳤으면서도 4―4―2 전형 공수 흐름의 핵이 되는 좌우 밸런스에 큰 허점을 드러냈다. 박성배―심재원이 구축한 오른쪽 라인이 고종수―김태영의 왼쪽 라인에 비해 여러모로 취약점을 나타낸 것.

히딩크 감독이 설기현의 합류를 벼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설기현 역시 처진 스트라이커를 비롯해 다양한 가능성을 테스트할 예정이지만 우선은 고종수와 호흡을 맞춰 물흐르듯 자연스러운 공격을 전개할 수 있는 오른쪽 날개 자리에 초점이 맞춰진다.

히딩크 감독은 이미 설기현의 벨기에 무대 활약상을 담은 테이프를 확보해 분석을 끝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무대는 실전에서 그를 검증하는 기회.

폭발적인 힘에다 유럽축구의 정교함을 더하고 있는 설기현이 UAE전에서 고종수의 오른쪽 파트너로 합격점을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두바이〓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히딩크 한마디

경기 평가는 크게 전후반 둘로 나눌 수 있다.

전반에 형편없는 수비로 엉뚱한 골을 내줬다.

맘에 안들었다. 후반전엔 지금까지의 우리 경기 중에서 가장 잘했다.

득점 찬스를 두세차례 놓치기는 했으나 두세가지 점만 고치면 아주 좋아질 것이다.

여러 가지를 실험 중인데 후반에 변화를 준 결과 따라잡을 수 있었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성과를 얻느냐도 중요하다고 본다.

우리 선수들은 열심히 해서 골을 얻었기 때문에 그런 과정이 더 소중하다. 테스트 과정이기 때문에 후반 멤버 변화로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고종수의 처진 스트라이커 기용으로 전반을 망쳤다지만 여러 선수로 하여금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도록 한 게 목적이었다.

고종수는 왼쪽에서 잘하는 것을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전반에 수비가 부실했다고 볼 수 있지만 미드필더가 움직이지 않으면 어쩔 수 없다.

현대축구에서 공격수가 수비에 가담해 주는 건 필수적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