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월드]러부부 100만달러 복권당첨후 살해위협 시달려

  • 입력 2001년 2월 5일 18시 46분


호사다마(好事多魔)인가.

100만달러가 넘는 복권에 당첨된 러시아인 부부는 한동안 가난에서 벗어났다는 행복감에 젖어 있었다. 그렇지만 곧 이 행운이 가족의 목숨을 앗아갈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생겨난 뒤 불안에 떨고 있다.

러시아 중부 우파에 사는 나제즈다 무하메차노바(42·여)는 부부가 차례로 직장을 잃은 뒤 12, 14세 아들을 어떻게 키울까 막막했다. 그러던 차에 지난달 30일 TV를 통해 ‘빙고’라는 복권쇼를 보다 이 쇼가 생긴 후 최대액수의 상금을 자신들이 타게 된 것을 알고 환호성을 올렸다.

하지만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이제는 벗어났다는 기쁨도 잠시였다. 1만달러짜리 낡은 아파트 한 채가 전 재산으로 그동안 외식 한 번 제대로 못해본 이들에게 100만달러가 넘는 거금은 너무나 부담스러웠다. 100달러 때문에 살인이 일어나는 러시아인지라 더욱 불안하기만 하다. ‘빙고’ 복권 관계자는 “상금을 한 은행의 특별계좌에 이체해 본인이 아니면 누구도 인출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무하메차노바씨는 러시아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고향을 떠나 낯선 도시로 곧 이사할 계획”이라면서 “주위에서 하루빨리 우리를 잊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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