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연초 랠리 끝났나…주가 580 붕괴

  • 입력 2001년 2월 5일 18시 23분


종합주가지수와 코스닥지수가 동반 폭락하며 연초랠리를 사실상 마감했다. 지난주말 나스닥시장의 급락이 ‘배후’로 지목되고 있지만 본격적인 조정 장세를 점치는 근거는 그뿐만이 아니다. 급속한 경기 둔화, 저가메리트의 상실 등이 외국인투자자의 등을 떠밀고 있다는게 더 문제다. 주가가 550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보는 이들은 적다. 하지만 펀더멘털의 뒷받침 없이 650을 돌파하는 것은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게 증권가 중론이다.

▼관련기사▼
- 주가 580 붕괴…외국인 1269억 순매도

▽외국인 매도 공세 시작됐나〓아직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5일 외국인 순매도는 1269억원으로 올들어 가장 크지만 연초부터 3조원을 순매수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새발의 피’에 불과하다. 관심은 순매수 기조의 변화다. 일단 대규모 매수공세는 끝났다는 게 증시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현대증권 오현석 선임연구원은 “연초와 같은 대규모 매수세는 끝났지만 3조원을 퍼부은 외국인이 지수 하락까지 부추기며 주식을 매도할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낙폭이 큰 개별종목에는 외국인 매수세가 계속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목표 수익률을 달성한 단기성 자금의 이익 실현은 우려된다. 교보증권 임송학 투자전략팀장은 “연초 엔화약세를 틈타 유입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엔케리드트레이드 자금이 다시 이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기둔화 우려가 증시 발목 잡는다〓증시 전문가들은 “최근 실물 지표가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데다 미국 경기마저 침체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어 올해 심각한 경기침체가 우려된다”며 유동성 장세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펀더멘털의 변화 없이 지수 대세상승은 어렵다는 분석이다.

삼성경제연구소 황인성 수석연구원은 “내수침체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버텨온 것은 수출 덕택이었다”며 “수출마저 타격을 받는다면 경기의 두 축이 모두 무너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주가지수 선물투자회사 신아투자자문 최정현 사장은 “장기적인 금융불안이 경기 회복과 증시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크레디리요네(CLSA)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유동성 장세는 머지않아 끝날 것”이라며 펀더멘털이 불안한 한국시장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비중축소’로 한단계 낮췄다.

▽향후 주가 움직임은〓550선 이하로 내려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수급여건이 지금보다 크게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들도 아직은 마땅한 투자처가 없고 저금리 여파로 채권시장을 거쳐 증시로 들어오는 돈이 지금보다는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당분간은 현재 주가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할 전망이다.

<박정훈기자>sunshad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