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alley리포트]실리콘밸리 기업공개…젊은 벤처들의 성년식

  • 입력 2001년 1월 21일 16시 36분


우리는 누구나 한번쯤 떼돈을 버는 상상을 해 본다. 백만장자가 돼서, 돈을 어디에 쓸까 고민해 봤으면 좋겠다는 부질없는 바람도 가져 본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경제정의가 확립된 미국에서 단기간에 백만장자가 되기는 매우 어렵다.

하지만 방법이 없지는 않다. 하나는 ABC방송의 “Who Wants To Be A Milli―onaire” 프로에 출연해서 16단계의 퀴즈문제를 모두 맞히는 것. 다른 하나는 창업을 해서 기업공개(IPO)에 성공하는 것이다. 어렵기로 말하자면 모두 ‘하늘의 별따기’다. 그러나 ABC방송이 만들어내는 백만장자가 거의 없는 반면 실리콘밸리가 IPO를 통해 만들어내는 백만장자의 수는 적지 않다.

e비즈니스용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시벨 시스템스사의 경우를 보자. 이 회사는 96년 6월 IPO에 성공했다. 이 작은 회사에서 과연 몇명의 백만장자가 탄생했을까. 답은 220명 종업원의 3분의 1에 육박하는 70명. 실리콘밸리에서는 이처럼 IPO를 통해 백만장자가 끊임없이 탄생하고 있다. 96년 72개이었던 이 지역 IPO수는 97년 98년에 다소 감소했지만 99년에는 다시 77개로 회복되었다.

IPO는 피와 땀과 고뇌를 섞어 금을 만들어내는 연금술사의 요술방망이처럼 보인다. 벤처기업인들은 온갖 정렬을 바쳐 신기술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사업화하면서 언젠가 그 요술방망이를 휘두를 날을 고대하고 있다. 그들에게 IPO는 삶의 희망이자 활력소이다. 만일 그 요술방망이가 효력을 잃는다면 그들의 꿈과 의욕은 순식간 좌절과 회한으로 바뀔 것이다.

벤처생태계의 생장에 있어서 자본시장의 역할은 너무나 중요하다. 요술방망이 IPO의 효력은 바로 건실한 자본시장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이 바로 서지 않는다면 IPO는 그 효력을 잃게 될 것이다. 벤처생태계 자체도 붕괴될 것이다. 벤처캐피털 ‘클라이너 퍼킨스’의 존 도어가 “미국의 자본시장이야말로 미국의 국보 제1호”라고 외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벤처기업이 자본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할 일이 많다. 그 출발은 벤처의 종착점으로 여겨지고 있는 IPO를 새롭게 인식하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에서 IPO의 진정한 의미는 벤처기업이 공개기업으로서 새로운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다짐하고 출발하는 성년식이다.

changsg@stanford.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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