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월드]클린턴 性추문 위증 인정

  • 입력 2001년 1월 20일 16시 43분


8년간 세계 최강의 권력을 누린 빌 클린턴 대통령이 권좌에서 물러나기 전 마지막으로 한 일은 무엇일까.

부끄럽게도 퇴임 후 법정에 서지 않기 위해 자신의 죄를 인정하는 일이었다. 임기 내내 클린턴 대통령의 발목을 잡아왔던 ‘모니카 르윈스키 섹스 스캔들’의 망령이 마지막 순간까지 백악관을 맴돌았던 것.

클린턴은 퇴임 하루 전인 19일 섹스 스캔들을 수사해온 로버트 레이 특별검사와 만나 “르윈스키와의 관계에 대해 그릇되거나 회피적인 진술을 한 점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말하자면 퇴임 후 자신을 기소하지 말아달라며 잘못을 인정한 것. 이를 위해 클린턴은 성명까지 따로 발표해야 했다.

레이 검사는 이날 “대통령이 백악관 성명을 통해 잘못을 시인함에 따라 수사를 종결하기로 했다”면서 “국가의 이익에 부합된다고 보고 (대통령을) 기소하지 않는 것”이라고 발표했다. 레이 검사는 “역사와 미국인들은 이 문제가 정당하게 종결됐다고 판단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레이 검사가 클린턴을 기소하지 않는 대가로 내건 조건은 변호사 자격 5년 정지(아칸소주)와 벌금 2만5000달러. 클린턴은 이를 고스란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고 소송비용 배상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 타협으로 클린턴 대통령의 아칸소주 지사 시절에 발생한 화이트워터 사건 의혹부터 르윈스키 성추문에 이르기까지 6년에 걸친 특별검사의 조사가 마무리됐다. 그리고 클린턴은 퇴임 후 형사재판을 받는 미국의 첫 대통령이 되는 불명예를 피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클린턴의 ‘물귀신 작전’일까, 아니면 ‘마지막 복수’일까. 공교롭게도 이날 르윈스키 스캔들을 세상에 공개해 클린턴을 탄핵 위기까지 몰고 갔던 국방부 직원 린다 트립이 해고됐다. 트립은 르윈스키가 자신에게 전화로 클린턴과의 ‘부적절한 관계’를 말한 내용을 몰래 녹음해 케네스 스타 전 특별검사에게 넘겼던 인물.

트립의 변호인단은 “트립을 해고한 것은 보복적이고 치사한 것”이라며 “클린턴은 대통령직을 그런 복수조치로 마감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비난했다. 이에 백악관은 “트립의 해고는 정치적 임명직이면서 행정부 임기 말까지 사표를 제출하지 않은 경우에 취해지는 관례적인 조치”라고 밝혔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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