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그게 그렇군요]김대통령 민주당기념식 발언의미

  • 입력 2001년 1월 20일 16시 26분


민주당 창당 1주년 기념식이 열린 20일 오전 취임 후 처음으로 여의도 민주당사를 방문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당직자와 당원들 앞에서 대야(對野)관계와 '안기부 돈 선거자금 유입' 사건 등 현안에 대한 구상을 소상히 설명했다. 김대통령은 45분 동안 원고 없이 즉석에서 치사를 했다.

▼대야 관계▼

▽발언요지=대통령으로서 한나라당이 잘못되게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괴롭힌 적이 없다. 야당은 대통령의 실패 위에서 집권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절대 (야당을) 적대시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정권을 못내놓겠다는 그런 것이 아니고, 국민이 (선거에서) 결정하는 대로 따르겠다. 대신 남북관계를 풀고, 경제를 확실히 살리면 정권 재창출이 어려움 없이 이뤄질 것으로 확신한다.

▽배경=대야 관계에 대한 김대통령의 메시지는 "도와줄 때 도와주면 다음 대통령선거에서 '공정한 관리자'의 역할을 하겠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김대통령은 연두기자회견에서도 "대통령은 공정한 선거관리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실현되길 바란다"고 말했었다.

김대통령은 한나라당의 극한투쟁과 비협조가 근본적으로 한나라당의 차기대선 전략에서 기인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기부 돈 수사▼

▽발언요지=국민의 정부는 내가 아는 한 단 1원도 안기부 돈을 정치적으로 악용한 적이 없다. ('안기부 돈 선거자금 유입' 사건과 관련해서는) 모든 결재서류가 있고, 기록으로 남아 있다. 또 안기부 간부도 자백했다. 이것을 어떻게 없는 것으로 하겠나. 증거와 증인이 명백한데 어떻게 안기부 돈이 아니라고 할 수 있나. 해당 당사자가 죄가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조사를 받으면 된다. 이 사건을 빨리 마무리해야 한다. 관계자 여러분들의 협력을 바란다. 사건의 초점이 흐려져서는 안되고, 사건에 직접 관련된 사람들만 (검찰이) 수사하겠다는 것으로 추측한다.

▽배경= 안기부 돈 선거자금 유입 사건에 대한 김대통령의 언급은 원칙적으로 핵심당사자들만 조사하고 신속히 사건을 매듭짓겠다는 두가지 뜻으로 읽혀진다. 이는 11일 연두기자회견에서 한나라당의 반발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던 것에 비해 상당히 누그러진 자세로 보인다.

김대통령이 안기부 자금을 받아 쓴 16대 총선 신한국당 후보자들에 대해 "그런 것까지 조사하면 오해가 생길 수 있다"고 말한 데에는 '핵심 당사자만 수사한다'는 검찰 방침에 대한 당 일각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고려도 숨어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당내 문제▼

▽발언요지=김중권(金重權)대표를 중심으로 당의 문제에 대해 일사분란하게 협력해 달라. 한가지 충고하고 싶은 것이 있다. 당원은 당이 어려울 때 당과 더불어 칭찬도, 비난도 함께 받을 각오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 나는 잘하는데 당이 잘못하고 있다는 이기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정당인은 당을 생명으로 생각해야한다. 당이 안되면 나도 안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안에서는 얼마든지 논의하되 밖에서는 감싸야 한다. 나는 모든 사람들의 행동을 주목하고 있다.

▽배경=당내 일부 대선주자들과 몇몇 인사들의 인기발언이나 튀는 행동에 대한 강한 경고메시지로 볼 수 있다. 지난해 권노갑(權魯甲)전 최고위원의 2선 후퇴 및 사퇴와 당 지도부 개편과정에서 빚어진 당내 잡음과 일부 인사들의 항명성 처신을 못마땅하게 생각해 온 김대통령의 의중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날 기념식 후 당내에선 김대통령이 언급한 '이기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이 과연 누구를 겨냥한 것인지를 놓고 설왕설래가 많았다. 그러나 김대통령이 강조한 '당선사후(黨先私後)'원칙이 김중권체제에 더 힘을 실어줬다는 데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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