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칼 뺀 히딩크, 떠는 대표팀

  • 입력 2001년 1월 19일 18시 28분


‘팀 분위기를 위해서라면 아무리 능력 있는 선수라도 필요 없다.’

부드럽고 온화한 이미지의 거스 히딩크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이 ‘읍참마속(泣斬馬謖)’의 결단을 불사하며 선수단의 ‘군기’를 바짝 죄고 있다.

히딩크 감독은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에 요청해 18일 대표팀 중앙수비수 박재홍(명지대)을 상비군 명단에서 제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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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은 이렇다. 박재홍은 울산 전지훈련 연습경기 도중 “숨이 차오른다”며 감독에게 교체를 요청했다. 이에 히딩크감독은 “특별히 부상한 것도 아닌데 그런 정신상태로 어떻게 대표팀에서 뛸 수 있느냐”며 단칼에 그를 내친 것.

96년 유럽선수권대회 때 팀 내 불화를 일으킨 네덜란드 간판 스타 에드가 다비즈를 귀국시켜버린 일화가 한국에서 재현된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선수단 사이에서는 ‘히딩크 리스트’가 있다는 소문이 공공연히 나돈다. 핌 베르벡 어시스턴트 코치가 이미 한국 주요 선수들에 대한 정보를 완벽히 파악하고 대표팀 구성을 이미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는 것. 히딩크 감독은 이번 칼스버그컵 출전 선수 및 상비군 멤버 교체 때도 기술위원회에서 제공한 자료를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보와 꼼꼼히 대조한 후에야 OK사인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박재홍은 물론 뚜렷한 부상도 없었던 한국 간판 스트라이커 황선홍(가시와 레이솔)과 수비수 강철(부천 SK)마저 제외되자 선수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는 것은 불문가지.

기존에 인정을 받았던 선수일수록 감독의 검증 과정이 철저해 조금이라도 게으름을 피우거나 방심할 수 없다.

히딩크 감독은 평소 훈련 때는 질책보다 칭찬으로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가 짧은 기간에 선수단을 장악한 비결 중 하나는 바로 이런 카리스마 때문이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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