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주가 급상승 바이오주 투자열기 ‘몸살’

  • 입력 2001년 1월 15일 18시 40분


“주식을 매각하기로 계약을 맺고 왜 주식을 넘겨주지 않느냐.”

“위약금을 20% 물어주기로 했는데 왜 자꾸 떼를 쓰냐.”

15일 오후 3시 서울 명동의 한 증권회사 객장에서는 40∼50대 여성 10여명이 코스닥 상장을 앞둔 대한바이오링크 주식의 소유권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이들은 지난해 말 공모가 끝난 이 회사 주식을 장외에서 사고판 당사자들.

소유권 분쟁은 지난해말 공모주를 대거 매집한 투자가들이 매매 계약을 맺고도 매수자에게 주식을 넘겨주지 않아 일어났다.

공모주 매집자 40여명은 한 증권회사를 통해 공모가 4300원인 주식 1만5000주를 사들인 뒤 서울 강남의 장외거래 딜러에게 7000원에 팔기로 계약을 맺고 계약금으로 주식가격의 10%를 받았다.

하지만 올초 마크로젠 등 바이오 주가가 연일 치솟자 대한바이오링크의 주가도 크게 오를 것으로 보고 위약금을 20% 무는 대신 주식을 보유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

A씨는 “코스닥 등록후 주가가 공모가의 2배 이상 오를 것이 예상돼 주식을 양도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딜러는 “건전한 상거래를 해치는 중대한 계약 위반”이라며 “주식을 넘기지 않으면 명단 공개와 함께 소송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대응했다.

바이오 주에 대한 투자 열기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SK케미칼에서 벤처기업으로 분리될 인투젠 등 유망 바이오벤처기업들은 주식 배분이 끝났는데도 창업투자사 증권사 등 기관 투자가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연일 주식 매입 방법을 묻는 바람에 몸살을 앓고 있다.

대한바이오링크 주식은 장외에서 5차례 이상 거래된 뒤 이날 소유권 분쟁에 휘말렸다.

현대기술투자 정태흠 생명공학팀장은 “주식 시장이 호전되고 바이오주에 대한 정부와 기관의 투자가 집중되면서 단기 차익을 노린 투자가 성행하고 있다”며 “국내 산업 여건상 바이오 주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라고 밝혔다.

<정위용기자>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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