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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월 7일 17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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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집행간부부터 총재에 이르기까지 보수를 대폭 올려놓고 둘러대는 군색한 변명이다.
지난해 말 한국은행은 한은총재 보수를 1억4160만원에서 올해부터 1억8500만원으로 올렸다.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한술 더 떠 인상률이 무려 63.2%나 돼 1억7500만원씩 받는다. 부총재와 감사도 59.5%, 부총재보는 41.3% 올랐다. 한은직원들의 올해 임금인상률은 7%.
여기다 보너스 규정도 새로 만들었다. 실적과 성과에 따라 연간 기본급의 최고 50%까지 상여금을 받을 수 있다. 금통위원이 보너스를 한도껏 받으면 연간 보수액이 자그마치 2억6200만원이나 된다.
문제는 이런 사실들이 외부에 철저히 비밀로 부쳐진 채 밀실에서 이뤄졌다는 점이다.
한국은행 이야기를 들어보자. “세금제도가 바뀌어서 올해부터 임원들이 기밀비를 따로 쓸 수 없기 때문”이라면서 “그래도 시중은행에 비하면 훨씬 적다”고 덧붙인다.
공직자 성격을 띤 한은 간부들이 ‘장사를 해야 하는’ 시중은행 임원과 급여수준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성과에 따라 연간보수의 50%까지 더 주는 보너스를 나중에 간부별로 어떻게 나눠 가질지도 의문이다. 한은 임원들이 기밀비로 접대를 해야 할 사람들이 누군지도 궁금한 대목이다.
이 모든 걸 승인한 재정경제부는 ‘다른 은행과 형평성’을 들어 도장을 찍어주었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자 전철환(全哲煥) 한은총재는 공보실장을 통해 “총재 기본급은 다음 총재 때부터 적용대상이다”고 해명했다. 그러면 한은총재는 올해 금통위원보다 3340만원을 적게 받고 부총재나 감사보다는 2840만원을 덜 받게 된다. 총재만 기밀비를 계속 따로 받겠다는 뜻인지 의문이다.
최영해(경제부)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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