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황호택/사이버 공간의 언론자유

  • 입력 2001년 1월 6일 19시 50분


프랑스 법원은 작년 11월 미국에 본사를 둔 야후(Yahoo)가 프랑스 네티즌들이 나치 기념품 경매에 접근할 수 없도록 3개월 이내에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하루 1만4500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겠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야후는 올 1월10일부터 경매 사이트에서 나치 독일과 백인 우월주의 단체인 쿠클럭스클란 표지가 든 물품의 판매를 금지시킨다. 프랑스 등 유럽에서는 나치 독일의 국장(國章)인 `가 들어간 메달 무기 군복 등을 판매할 수 없다.

▷프랑스 법원이 야후 프랑스가 아니라 미국 본사 사이트를 문제삼음으로써 국경 없는 사이버 공간의 관할권을 놓고 복잡한 법적 다툼이 전개될 전망이다. 야후는 프랑스 법원의 판결이 언론의 자유를 선언한 미국 헌법에 배치된다는 불만을 표시하고 관할권을 따지는 소송을 미국 법원에 내겠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인터넷에서 청소년 음란물을 규제하는 통신품위법이 제정됐으나 ‘성인의 합법적 권리인 언론 자유를 상당 부분 억압한다’는 이유로 97년 대법원으로부터 위헌 판결을 받았다.

▷한국의 경매사이트나 자유토론방에 들어가 보면 단일민족 국가여서 인종간 증오심을 부추기는 것은 없는 대신에 지역간 증오심에 불을 지르는 내용이 많다. 토론에 논리도 없고 내 쪽은 귀엽고 남의 쪽은 무조건 밉다는 식이다. 차마 그대로 옮길 수 없는 글들이 부지기수. ‘차 조심하고 ○○도 놈들 조심해라.’ ‘○○도 사람은 음흉하다.’ 한쪽 지역감정만으로는 역부족이었던지 지역 연합의 감정을 조장하는 글도 보인다. ‘차기엔 충청도 이○○, 차차기엔 경기도 김○○, 차차차기엔 전라도 정○○으로 돌아가며 나누어 가집시다.’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증오심 부추기기가 횡행하는 사이버 공간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된다. 이것은 언론의 자유가 아니라 나치식 선동과 다를 바 없다. 한 자유토론방의 웹마스터는 “아무리 지워도 집요하게 올라온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런가하면 관리자가 없는 것으로 의심이 될 만큼 모골이 송연한 글이 버젓이 떠 있는 토론방도 있다. 인터넷 사이트 운용자들은 자유 언론에 상응하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황호택논설위원>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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