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엿보기]데릭 지터의 몸값은?

  • 입력 2001년 1월 5일 10시 33분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데릭 지터가 뉴욕 양키즈에서 제안한 년 평균 2000달러 규모의 장기계약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올 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신분을 얻는 지터는 어쩌면 작년에 천문학적인 액수로 텍사스와 계약한 알렉스 로드리게스를 의식하며 이와 맞먹는 수준의 계약을 내심 바라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지터가 팀의 장기계약안을 거절하면서 내년 시즌 지터의 몸값은 최소한 2천만달러 이상으로 뛰어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자유계약신분이라는 프리미엄이 붙는다면 지터에 대해 로드리게스에 버금가는 초대형 계약이 성사될 가능성도 상당히 높은 쪽으로 점쳐지고 있다.

그가 현역 메이저리그 최고의 인기선수 중 1명이라는 사실에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명문팀 뉴욕 양키즈의 실질적인 간판스타이며 양키즈가 작년시즌까지 3년 연속 월드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도 지터의 역할이 절대적일 정도로 팀에서도 그가 차지하는 존재는 독보적이다.

뛰어난 야구 실력과 함께 잘생긴 용모, 날렵한 몸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에 한방을 날리며 관중들을 끌어들이는 흡인력까지 갖춘 지터의 가치는 야구 외적인 부분에서도 단연 톱으로 손꼽히고 있다.

1995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지터는 96년 리그 신인왕을 차지하며 화려한 등장을 알렸고 작년시즌에는 메이저리그 사상 최초로 올스타전과 월드시리즈에서 MVP를 차지하며 그의 명성을 다시 한번 증명하는 시즌을 보냈다.

양키즈로서는 작년시즌이 시작되기 전 지터와 장기계약을 하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을 것이다.

당시 양키즈는 지터와 7년간 1억 1,850만달러(년 평균 1700만달러 정도)의 액수로 장기계약에 거의 합의를 했었다.

그때만 해도 이 액수는 캐빈 브라운의 수준을 넘어서는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의 금액이었으며 조지 스타인브레이너 구단주가 지터의 몸값으로는 지나치게 많은 액수라고 지터의 가치를 평가절하 하면서 1년 단기계약으로 선회했었다.

그러나 현시점이서 지터의 가치는 폭등하는 연봉과 함께 무한정 솟아올라 이 정도의 액수로는 어림도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으니 스타인브레이너 입장에서는 땅을 치고 후회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지터가 과연 로드리게스 수준의 금액으로 재계약에 성공할 수 있을까?

절친한 친구 사이인 지터와 로드리게스는 여러면에서 닮은꼴이다.

두 선수 모두 메이저리그를 대표할만한 대형스타 플레이어이고 유격수로 같은 포지션을 가졌고 팀타선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두 선수의 가장 큰 차이점은 로드리게스가 전형적인 파워히터로 팀의 해결사 역할을 한다면 지터는 정확한 타격을 바탕으로 팀의 찬스메이커 역할을 하는 점이다.

알렉스 로드리게스

1998년 - 0.310, 42홈런, 124타점

1999년 - 0.285, 42홈런, 111타점

2000년 - 0.316, 41홈런, 132타점

데릭 지터

1998년 - 0.324, 19홈런, 84타점

1999년 - 0.349, 24홈런, 102타점

2000년 - 0.339, 15홈런, 73타점

로드리게스는 98시즌부터 3년 연속 40홈런과 100타점 이상을 기록했고 통산 홈런수도 189개로 고작 78개에 불과한 지터를 압도할만큼 일방적인 우세를 보이고 있다.

로드리게스가 작년시즌 천문학적인 액수로 연봉계약을 맺었을 때도 '로드리게스는 그정도의 연봉을 받을만한 가치가 있다'는 일반적인 평가가 나온 것도 그의 기록때문이었다.

지터는 99년 기록한 24홈런, 102타점이 캐리어 최고 기록일 정도이며 또한 20홈런과 100타점 이상을 기록한 것이 99년이 유일할 정도이다.

현재 지터가 전성기의 기량을 보이고 있지만 파워히터가 아닌 지터에게 99년 이상의 기록을 기대한다는 것은 큰 무리일 것이다.

그렇다면 평균 0.330의 타율, 20개 정도의 홈런, 80-90개 정도의 타점을 기록한 선수에게 연 평균 2000만달러의 연봉을 지불할 가치가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이러한 질문에 대해 'NO'라는 대답이 나올 것이다.

그러나 이 기록의 주인공이 데릭 지터라는 것을 알았다면 어느 누구도 쉽게 'NO'라는 대답을 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 이유는 지터라는 한 사람의 존재가 소속팀의 전력을 얼마나 많이 향상시켜 놓았는지를 우리들은 지난 몇년간의 성적을 통해 몸소 체험했기 때문이다.

양키즈는 지터가 본격적으로 활약하기 시작한 1996년 이후 5년간 무려 4번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지터는 빅리그 경력이 5년차임에도 불구하고 무려 월드시리즈 우승반지를 4개나 가지고 있는 행운의 사나이라는 점이다.

이는 베이브 루스, 루 게릭, 조 디마지오 등 전설적인 양키즈의 영웅들도 해내지 못한 대기록으로 지터의 존재가 단순히 성적으로 나타나는 수치 이상이라는 것이다.

양키즈의 4회 우승이 지터 혼자만의 힘으로 된 것은 분명 아니다.

그러나 2000시즌 월드시리즈에서도 보여줬듯이 결정적인 순간에 터저나오는 지터의 한방은 그가 충분히 4개의 우승반지를 낄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 주고 있다.

통산 홈런수가 지터의 3배에 이르는 로드리게스이지만 우승반지는 고사하고 월드시리즈 경험도 단 1번도 없다는 점에서 지터가 가지고 4개의 우승반지가 더욱 더 빛나보이는 것이다.

김용한/동아닷컴 객원기자 from007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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