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2001년 증시, 외국인 "적이냐 동지냐"

  • 입력 2001년 1월 2일 18시 24분


새해 첫 거래일인 2일 외국인투자자들은 1000억원이상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외국인은 국내증시 대표종목인 삼성전자에 대해 장중내내 꾸준히 매수 주문을 내면서 분위기를 달궜다. 대우증권 이영원 연구위원은 “외국인들은 워버그딜론리드 창구를 통해 ‘주가를 불문하고 시장거래량의 30%를 계속 매수해달라’는 식의 주문을 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만큼 국내증시에 대해 낙관한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미래에셋증권 이정호 과장은 “오늘처럼 휴일 다음날에 선물과 현물에 걸쳐 대량매수 주문을 많이 내는 쪽은 십중팔구 홍콩쪽”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이들이 500선이 위협받을 때 적극적으로 사들인 뒤 물량을 갖고가는 것을 봐서는 투기적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장세를 받쳐주는 쪽”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증시전문가들의 의견은 대체로 “외국인들의 단기 및 장기 움직임은 그야말로 베일에 쌓여있다”는 것. 긍정적인 요인은 적지만 강하고 부정적인 요인은 가짓 수는 많지만 이미 거의 다 노출돼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요인으로는 1월 30일(미국 시간) 미국의 금리인하가 단행될 것이 확실시된다는 점. AMG데이타서비스에 따르면 이같은 금리인하 기대에 따라 최근 금융주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들을 중심으로 미국 펀드들에 투자자금이 모처럼 많이 흘러들고 있다. 또한 이머징마켓펀드 전체로는 순유출이 기록됐으나 아시아태평양지역펀드에는 투자자금이 순유입했다.

하지만 부정적인 요인은 나머지 전부라고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많다. 전 세계적인 경기둔화, 미국에서도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신용경색, 미 증시의 변동성 심화 등. 신한증권 박효진 투자전략팀장은 “이같은 거시경제여건이 단시일 내에 호전되기 어렵다고 할 때 올 상반기까지는 안전하고 우량한 자산 및 지역으로 투자자금이 이동하는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99년 말 이후 불과 1년만에 20%에서 30%로 높아진 외국인의 주식보유비중이 단기간내에 줄어들면서 국내증시에 충격을 줄 우려도 있다는 것.미래에셋증권

이정호 과장은 “외국인들의 한국증시 공략방식이 어떻게 바뀌느냐가 국내증시의 중장기 전망을 가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99년말 이후 이머징마켓펀드나 아시아태평양지역펀드로부터 주도권을 넘겨받았다가 작년 중반부터 환매 요구에 시달리고 있는 기술주펀드 또는 섹터펀드가 얼마나 잘 버텨낼지가 관건이라는 것. 이머징마켓펀드나 아시아태평양지역펀드는 ‘한국 몇%, 대만 몇%,…’ 하는 식으로 투자자금을 배분하며 기술주펀드 또는 섹터 펀드는 ‘통신장비 몇%, 통신서비스 몇%,…, 통신장비중 삼성전자 몇%, 대만반도체 몇%,…’ 하는 식으로 포토폴리오를 짜는 펀드다. 이 과장은 “기술주펀드의 환매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일시에 대량 이뤄질 확률은 매우 적다”고 전망했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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