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해 영수회담에서 해야할 일

  • 입력 2000년 12월 29일 18시 53분


내년 1월4일에 갖기로 한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이회창(李會昌)한나라당총재간의 여야(與野) 영수회담은 2001년 한국의 정치를 가늠할 수 있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당장은 김대통령이 약속한 국정쇄신의 밑그림으로부터 남북문제와 관련된 ‘남남(南南) 갈등’을 푸는 문제까지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협의를 통해 새해 국정운영의 큰 틀에 인식을 함께 할 수 있어야 한다.

다행히 김대통령과 이총재 모두 최근의 국가위기에 ‘책임을 통감하고 반성한다’고 말하고 있어 두 지도자가 당리당략을 떠난 열린 마음으로 대한다면 말뿐이 아닌 ‘상생(相生)의 정치’로 불안과 절망에 빠진 국민에게 새 희망을 안겨줄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년 여야는 반목과 대결이라는 ‘20세기적 구태(舊態)정치’에서 한발짝도 벗어나지 못했다. 민주당은 여전히 수(數)의 논리에 집착해 국회법 날치기와 같은 무모한 행태로 국회 파행을 초래했으며, 한나라당 역시 원내 제1당으로서의 국정책임보다는 당리당략에 치우치는 모습을 보여왔다. 결국 사회 내 갈등을 조정하고 국론통합을 주도해야 할 정치가 오히려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고 국가위기를 심화시킨 꼴이다.

이런 ‘상극(相剋)의 정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여야간 불신의 벽을 허물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최근 불거지고 있는 ‘대통령 4년 중임과 정부통령제’ 개헌론 및 정계개편론, 민주당―자민련 합당론 등은 여야간 불신을 해소하기는커녕 더욱 심화시킬 뿐이다.

물론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점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특히 현재의 여야 지역당 구도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으로서의 정계개편은 우리 정치의 과제임에 분명하다. 문제는 요즘 민주당 대표와 자민련 총재대행 등이 운을 떼고 있는 정계개편론의 속셈이다. 한나라당은 여권이 정권재창출에 혈안이 되어 인위적인 정계개편을 꾀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김대통령이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언급한 ‘큰 결심’도 같은 맥락에서 의심한다.

이 문제를 분명하게 하지 못하면 새해의 여야 정치는 또다시 극한대결로 치달을 것이 뻔하다. 그래서는 나라 전체가 파국의 위험을 맞을 것이다. 지금은 개헌론이나 정계개편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 국민은 국정쇄신과 국가위기 극복을 위해 여야가 힘을 모을 것을 요구한다. 김대통령과 이총재는 이번 영수회담에서 그 요구에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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