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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2월 26일 15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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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은 직장 잃고 장사 안돼 돈 구경하기 힘든데, 나라에서는 7조원이라나 8조원이라나, 상상조차 못할 공적자금을 허공으로 날려버렸답니다. 엽기적인 `돈지랄'입니다. 어떤 재벌 3세가 변칙 증여-상속 등 온갖 방법을 동원, 수조원의 재산을 형성했다는 허탈한 소문도 들려오는군요.
돈 얘기 한번 합시다. 83년 1월5일자 일간스포츠에 실린 영화인-연예인들의 수입에 관한 기삽니다.
< 지난해 가장 많은 소득을 올린 영화인은 누구일까-.
흔히 생각하기에는 일반인의 눈에 띄는 남녀배우들이 최고의 수입을 올리는 것 같지만 이들 뒤에서 묵묵히 일하는 스태프들도 배우못지 않은 대접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략)
배우로는 정윤희와 안소영이 톱클라스의 대우를 받고 있어 작품당 출연료는 7백만원선. 둘다 7편(계약후 촬영한 것은 제외)의 영화에 출연, 약 5천만원씩을 벌어들였다. 그러나 순수입은 이보다 훨씬 못미치는게 우리 배우들의 현실이다.
외국배우들은 의상비가 따로 지불되지만 우리의 경우 자신의 출연료에서 공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여배우들은 의상비만 몇백만원씩 지출되기 일쑤다.
이들 다음으로 7편의 임동진과 5편의 장미희가 3천5백만원선이고 8편의 이영하가 3천2백만원정도, 5편의 원미경, 나영희, 안성기 그리고 4편씩의 신성일, 하명중, 신영일 등이 모두 2천만원 가량이다. > |
와우, 왕년의 쟁쟁한 톱스타들이 빛을 발하고 있군요.

정윤희가 누굽니까. 불후의 에로명작 `앵무새 몸으로 울었다'의 여주인공 아닌가요.
포스터에 박혀있던 그녀의 백치같은 얼굴과 고혹적인 몸매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군요. 그녀의 열혈 추종자였던 미성년자 사촌동생 태수가 연소자 관람불가라는 붉은 딱지 때문에 한참 고민하다 성년자인 제게 도움을 청해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추억의 명화입니다.
`애마부인' 안소영 얘기를 빼놓을 수 없지요. 요즘 모모하는 여자 연예인들이 섹시스타라고 자랑합니까. 그래도 당시 안소영만큼 인기를 모았던 여배우는 없을걸요. 그녀는 자타공히 당대의 한국판 마릴린 먼로 혹은 마돈나였으니까.
그런 여배우들이었으니 수입도 위풍당당이었던 겁니다.
기사를 보니 청춘스타였던 원미경, 장미희도 세금깨나 내고 있군요.
주연이 있으면 조연도 있습니다. 조연들의 수입명세서를 한번 볼까요.
< 조연급 배우는 인기도에 따라 대략 1백만원에서 2백만원 가량. 김희라 정도가 특별대우를 받고 있다. 최다출연의 김희라가 5편으로 1천만원에서 1천2백만원을 벌었고 방희는 주연 외에 4편의 조연으로 8백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 |
액션배우 김희라 아시지요? 기사중 방희는 `쉬리'의 김윤진이 연기했던 극중 방희와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하하. 역시 돈을 잘벌고 있습니다.
이제 영화감독들의 수입이 어땠나 살펴볼까요.
< 감독의 연출료도 배우만큼이나 천차만별이다. 영화인협회 산하 감독분과위원회는 1편당 연출료를 7백만원 이상 받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1류급은 1천만원까지 뛰어오르는가 하면 1편 연출에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4백만원선에서 덤핑까지 한다.
(중략)
개인별로는 4편의 연출을 맡은 임권택 감독 등이 2천8백만원 정도의 수입을 올렸고, 김호선 정인엽 등이 1천5백만에서 2천만원 사이를 받았다.
감독도 역시 연출료 전체가 순수입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항상 이들 뒤를 따르는 조감독들의 보수는 감독이 지불해야 한다.제1조수는 80만∼1백만원, 제2조수가 40만∼50만원,제3조수는 20만∼30만원 수준이다. > |

`서편제'의 임권택 감독은 당시에도 잘나가던 충무로의 황제였군요. 정인엽 감독은 `애마부인' 시리즈로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김호선 감독은 한시절 `영자의 전성시대' `세번은 짧게 세번은 길게' 등의 작품으로 흥행가도를 달렸죠. 역시 세금깨나 내셨겠습니다.
80년대 초반의 돈 잘벌던 충무로 얘기를 하니 뭔가 북적북적하는 느낌이 안드시나요? 뭐 골드러시같은 분위기도 좀 풍기고.
퀴즈 하나 내볼까요.
그 당시 TV에서 최고로 잘나가던 터프가이 연기자는 누구였을까요? 네, 그분입니다. 최불암이 `전원일기'에 일주일에 한번 출연하고 있을 때 그분은 밤 9시만 되면 때앵~하고 나타났지요. 나중에 은퇴할 때 보니 저축해두었던 출연료가 엄청나던걸요. 그분의 뒤를 이었던 분의 연기력은 더욱 대단했죠.
그런데 누구 출연료가 더 많았드라?
늘보 <문화평론가>letitb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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