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북스]노키아는 왜 세계 제일인가!/10년만에 세계1위

  • 입력 2000년 12월 15일 19시 22분


▼노키아는 왜 세계 제일인가!/다케스예 다카히로 지음/신원식 옮김/272쪽 8000원/동방미디어▼

노키아? “일본회사지요.” “고무장화와 휴지 만드는 회사예요.”

1980년대말에 미국이나 핀란드 사람들에게 노키아가 어떤 회사냐고 물어봤다면 가장 나옴직한 대답이다. 지금은? 이동전화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노키아는 핀란드에 있는 세계 최고의 이동통신 단말기 회사“라는 대답을 손쉽게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노키아의 위대성은 세계 최고라는 지위가 아니다. 그보다는 퇴출 위기에 있었던 기업이 10년도 안되는 시간에 세계 1위로 올라섰다는 것이다.

노키아가 난관을 뚫고 나온 힘은 ‘선택과 집중’이다. 90년대초까지만 해도 노키아의 전략은 M&A(인수와 합병)였다. 돈이 될 수 있는 어지간한 사업에는 모두 참가하는 문어발식 확장 전략을 쓴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사업에 참여한 대가는 참혹했다. 해마다 이익이 줄어들었고, 급기야는 CEO가 자살을 하는 사태로까지 발전했다. 실패를 딛고 마지막에 선택한 주력부문이 통신단말기와 기기부문. 때마침 찾아온 이동전화 붐을 타고 정상 등극에 성공했다.

노키아의 성공 요인은 네가지. 첫째는 정확한 판단과 과감한 결단. 93년까지만 해도 세계 정보통신업계의 화두는 ‘정보 고속도로’였다. 앨 고어 미국부통령의 제창으로 미국 전역에 고속 디지털 통신망을 깔아 백악관에서 초등학교까지를 연결하는 네크워크를 만드는 것이었다. 당연히 광섬유망에 모두의 관심이 집중됐다. 반면 노키아는 이동전화 시장의 가능성에 투자를 했고, 이 전략이 보기좋게 들어 맞았다.

두번째는 세계 최고의 CEO. 92년 위기가 절정에 달한 상황에서 등장한 요르마 올리라는 과감한 결단력 뿐 아니라 부드러운 심성을 가진 인물이었다. 지금도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점심시간에 사원식당에서 올리라를 볼 수 있다.

세번째는 치밀한 준비. 아무리 운이 좋았어도 세계 정상은 아무나 오르는 것이 아니다. 노키아가 디지털 통신 기술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것은 60년대 중반이었다. 이런 준비가 이동전화 시장이 아나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는 시점에 승기를 잡는 원동력이 됐다.

마지막은 독특한 영업전략. 통신시장이 개방되기전까지 세계 각국의 통신시장은 몇몇 사업자와 기기업체만의 시장이었다. 이 대열에 끼지 못했던 노키아가 통신시장 개방 이후 사용했던 전략은 새로운 사업자 공략. 새로운 사업자는 기존 공급업자와 경쟁하지 않아도 되고, 노키아가 사업과정을 컨설팅하면서 끈끈한 유대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잇점이 있었다.

스칸디나비아 3국은 90년초에 금융위기를 겪었다. 똑같이 위기를 겪었지만 핀란드는 스웨덴이나 노르웨이보다 빠르게 회복됐고, 오랜 시간 경기확장을 지속하고 있다. 핀란드 주식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노키아의 힘이 국가 경쟁력을 바꾼 것이다.

이종우(대우증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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