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A선택2000]잭슨목사 "재검표 묵살땐 시민분노 폭발

  • 입력 2000년 12월 12일 18시 42분


미국인들은 대통령 선거 후 35일째인 12일 긴장 속에서 하루를 보냈다. 연방 대법원이 누가 백악관의 새 주인이 될 것인지를 결정할 판결을 내리기 위해 11일에 이어 오전부터 협의를 계속했기 때문이다.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플로리다주 상하원의 특별위원회는 11일 개표결과와 상관없이 독자적으로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를 지지하는 선거인단을 지명하기 위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플로리다주 의회는 연방 대법원이 앨 고어 민주당 후보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릴 경우 부시 후보 지지 선거인단을 바로 지명할 예정이어서 이를 둘러싼 양당의 정쟁이 격화될 전망이다.

플로리다주 대법원도 플로리다주의 개표보고 마감일을 지난달 14일에서 26일로 연기하라는 판결을 내린 것은 플로리다주의 선거법에 따른 것이라고 11일 밝혔다. 이는 연방대법원이 4일 수작업 재검표를 재심하라며 사건을 플로리다주 대법원으로 돌려보내며 개표보고 마감시한 연장의 법적 근거를 밝히도록 요구한 데 따른 것.

○…1000여명의 고어 후보 지지자들은 11일 심리가 진행중인 연방 대법원 건물 앞으로 몰려와 경찰이 삼엄한 경비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재개표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부시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11월7일 실시된 대선 이후 재검표가 충분히 이루어졌다”며 “부시 후보가 모든 선거 결과에서 승리했다”고 반박했다.

저명한 시민운동가인 제시 잭슨 목사는 대법원의 심리 과정을 지켜본 뒤 “대법원이 재개표를 허용하지 않으면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잭슨 목사는 “시민들은 대법원의 재개표 불허 결정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시민단체와 노동단체들이 앞으로 전국 곳곳에서 재개표를 촉구하는 철야 기도회 및 농성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11일 진행된 미국 연방 대법원의 심리는 차기 미국 대통령을 결정하는 마지막 법정공방이어서 미국은 물론 전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윌리엄 렌퀴스트 대법원장을 포함한 9명의 대법관은 심리의 역사적 중요성을 인식한 듯 공화 민주당측 변호사들의 변론을 수동적으로 듣는 대신 초반부터 이들에게 적극적으로 질문 공세를 펼쳤다.

이날 심리의 최대 쟁점은 연방 대법원이 주의 권한에 속하는 선거문제에 관여하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와 플로리다주에서 과연 합리적인 재검표 기준을 마련할 수 있는지 여부.

공화당의 시어도어 올슨 변호사는 “플로리다주 대법원의 판결이 연방헌법의 평등 및 적절한 절차에 관한 조항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뒤이어 변론에 나선 민주당의 데이비드 보이스 변호사는 “플로리다주 대법원이 재검표 판결을 내린 것은 선거법의 모호한 규정을 정당하게 해석한 데 따른 것”이라며 “연방 대법원은 이를 존중해야 한다”고 맞섰다.

○…연방 대법원의 판결에 관계없이 12일은 각 주에서 선거인단을 확정하는 마감일로 인식되고 있으나 이 시한을 꼭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어 주목된다.

이 주장은 연방 선거법이 “선거인단은 ‘어떠한 논란이나 이의제기없이’ 선출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데서 비롯된다. 일부 법학자들은 “12일은 확정적인 시한이 아니며 선거인단 투표가 이뤄지는 18일까지만 선거인단을 확정하면 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조지 워싱턴 대학의 메리 체 헌법학 교수는 연방 선거법을 엄격하게 해석할 경우 두 후보는 “의회가 선거인단 투표의 개표를 시작하는 1월초까지 법정 공방을 계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선 논란 이후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기를 꺼려 왔던 부시 후보의 동생인 젭 부시 플로리다 주지사가 11일 백악관을 방문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젭 부시 주지사의 백악관 방문은 플로리다주내 480㎞ 길이의 에브글레이즈 습지를 복원하기 위해 향후 30년 동안 78억 달러를 투입한다는 내용의 법안에 빌 클린턴 대통령과 공동 서명하기 위한 것이었다.

백악관측은 젭 부시 주지사와 클린턴 대통령이 간단한 대화를 주고받았지만 선거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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