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직업박람회 인파 북적

  • 입력 2000년 12월 5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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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잘한다고 취직되는 게 아니더군요. 전공과 상관없이 전문성을 갖춘 친구들만 취직이 되더군요. 저 같이 자격증도 없고 나이도 좀 든 경우는 정말 암담해요.”

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 종합전시장에서 열린 제4회 직업훈련 자격박람회장에서 취업원서를 작성하던 이민정씨(25·여·경원대졸)는 희망 연봉에 1400만원을 적었다. 대졸 초봉이 보통 1700만원선이지만 당당히 요구할 처지가 못된다는 것. 98년 졸업 후 다녔던 잡지사는 불경기로 월급을 제대로 못 받아 최근 그만뒀다.

8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박람회에서는 40개 업체가 즉석 면접을 거쳐 230명을 채용한다. 많지 않은 인원이지만 개막시간 전부터 사람이 몰려 구인게시판을 메모하고 이력서를 작성하느라 혼잡을 이뤘다. 한국산업인력공단 홍석운(洪錫雲)고용관리부장은 “이번 박람회에 적어도 3000명은 원서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IMF 방불… 하양지원 뚜렷 ▼

▽취업대란〓고용정보망 워크넷(Work Net) 자료에 의하면 올해 3·4분기 일자리는 31만여명인데 구직자는 55만명에 이른다. 더구나 11월 이후 본격화된 퇴출로 실제 실업자 수는 훨씬 늘어날 전망. 내년 2월의 졸업예정자들이 가세하면 취업난은 국제통화기금(IMF)관리 체제 직후를 방불케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친구들과 함께 인터넷 안내를 보고 박람회장을 찾은 이선화씨(21·여·장안대)는 “두 회사에서 오라고 해서 갔더니 약속과 달리 영업직이었다”라며 “정규 사무직만 된다면 회사는 가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실직자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사진관 체인업체에 근무하던 이윤구씨(39)는 최근 구조조정으로 10년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개인적 친분으로 일자리를 알아봤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이씨도 이번 행사에서 회사를 가리지 않고 일단 원서부터 넣어 볼 생각이다.

직업상담사들은 ‘눈높이 조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졸이라고 사무관리직만 고집할 때가 아니라는 것. 워크넷 분석에서도 경리사원이나 판매직은 일자리가 구직자보다 더 많았다.

취업정보 수집 차 박람회장을 찾은 이재영씨(28·서울산업대)도 “전공은 반도체지만 좋은 학교부터 차례로 하향지원하기 때문에 나도 목표를 낮추든지 전공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 고교생들도 정보수집 열기 ▼

▽준비는 미리미리〓취업난이 장기화될 것을 예상한 고교 및 대학생들도 박람회장에서 직업훈련이나 자격증 정보를 찾기에 여념이 없었다.

2년제 직업전문학교를 다니고 있는 박성수씨(27)는 “기능대 입학도 알아보고 자격증도 신청하러 왔다”며 “이젠 그 정도는 취업을 위한 기본”이라고 말했다. 정수기능대에서는 150명 가량의 재학생이 단체로 이곳을 찾아 유망직종을 문의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기말고사를 마친 고교생들도 기능대와 직업학교 입학을 알아보거나 메이크업, 애니메이션 등 유망직종 시연관 앞에서 눈망울을 굴리고 있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고제룡(高濟龍)능력개발국장은 “취업희망자뿐만 아니라 유망직종 소개와 직업심리검사를 받으러 오는 단체 관람객도 많다”며 “적성에 맞는 직업을 미리 고민하고 필요한 기능과 자격증을 준비해야 졸업을 앞두고 당황하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준석기자>kjs35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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