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UFO가 케이크라고?"

  • 입력 2000년 12월 1일 19시 55분


책을 열자마자 눈에 띄는 글이 있다. ‘이 이야기는 1964년 로마 트룰로 마을의 콜로디 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이 상상해 낸 이야기입니다’라는 글이다.

반 아이들이 함께 상상해 낸 이야기란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침착하고도 참을성 있게 들어준 선생님이 계셔서 그 아이들은 참 행복했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야기는 로마의 트룰로라는 마을에 어느날 하늘을 덮을 정도의 커다란 미확인 비행물체가 나타나면서 시작된다. 그 물체를 본 어른들은 작전본부를 차리고, 군대를 부르고, 과학자들을 부르고 그야말로 제정신이 아니다. 그러나 호기심 많은 남매 파올로와 리타에 의해 그것은 외계에서 지구를 침략하러 온 비행접시가 아니라, 아주 거대하지만 맛은 굉장히 좋은 케이크라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끝을 맺는다.

여기에는 어른들의 권위 의식과 위선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도 한다. 달콤한 케이크를 먹었으면서도 심한 공포에 질려 배가 아프다고 아우성치는 두 과학자들이 그렇고, 비상사태임을 선포하고 마을 사람들을 모두 대피시켜 놓은 상황에서도 무조건 큰 소리로 호통부터 치는 장군의 모습이 그렇다.

어른들은 성급한 판단을 내려놓고도 쉽사리 그것을 믿어버린다. 자신들의 판단에 한치의 의심도 없이 말이다. 그들에게는 그 판단의 옳고 그름보다는 자신에게 돌아올 찬사와 명성으로 가슴이 부풀어 있을 것이다. 그런 어른들에게 아이들의 말이 곧이곧대로 들릴 리가 없다. 오히려 아이들을 거짓말쟁이로 몰아부치는 모습이라니….

언제부턴가 나는 내 아이에게 “빨리 빨리”라는 말을 습관처럼 하는 엄마가 되어 있었다. 조금 더 느긋하게 아이의 말을 들어주기보다 부모라는 자리에 서서 권위로만 아이를 대해 왔던 것이다. 그런 내게 이 책은 천진한 아이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이야말로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것임을 일깨워 주었다.

책 읽는 재미를 더 하게 하는 것은 익살스러운 삽화의 몫도 크다. 기다랗고 퉁퉁하며 끝이 빨간 딸기코, 마치 도깨비 형상을 보는 듯한 사람들의 머리 모양은 아이들의 웃음을 자극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초등학교 3학년 이상이면 누구나 읽을 수 있겠다.

▽잔니 로다리 글/프란체스코 알탄 그림/이승수 옮김/152쪽/8500원/비룡소▽

오혜경(주부·35·서울 강북구 미아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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