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천주교의 참회

  • 입력 2000년 12월 1일 19시 23분


개인이든, 집단이든 과오를 시인하고 반성하는 것은 용기 있는 일이다. 그것은 새로운 미래를 여는 길이기도 하다.

이번에 한국천주교가 외래종교로서 이 땅에 들어온 이래 200년 동안 저지른 잘못을 민족 앞에 참회하는 문서를 내놓은 것은 이런 점에서 의미 있는 일이다. 3일 참회미사와 함께 공식적으로 발표되는 이 문서는 일제치하 민족독립에 앞장선 신자들을 때로는 제재했다는 등 7개 반성항목을 담고 있다.

어느 집단보다 보수적인 종교가 스스로의 잘못을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는 공식입장을 처음으로 표명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일로 볼 수 있다. 한국 천주교는 이를 통해 과거사 문제에 대한 짐을 떨어버리고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맞게 됐다. 천주교 측의 설명대로 자신을 정화해 새롭게 하면서 새로운 천년을 맞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천주교의 참회는 또 종교가 날로 세속화돼간다는 지적 속에서 종교 내부적으로 새로워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이는 천주교뿐만 아니라 다른 종교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금 이땅 에는 종교의 자성과 자정을 주문하는 소리가 많다. 끊임없이 회개하고 참회하면서 정의와 평화가 강물처럼 넘치는 사회를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 바로 종교 아닌가.

물론 이번 참회를 두고 철저성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즉 일제치하 신사참배문제와 천주교에 특히 심한 여성차별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지난 3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전세계에 용서를 구한 연장선상의 행위라는 점에서 교황의 참회에 따라가는 소극적 입장이라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그같은 지적들로 참회의 근본취지가 흐려져서는 안된다. 우리는 앞으로 천주교가 후속행동을 통해 미흡한 점들을 채워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천주교의 참회를 통해 반성과 참회가 거의 없이 살아온 우리사회를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우리사회는 과거를 너무 쉽게 잊고 잘못에도 너무 관대한 것은 아닐까. 불과 얼마 전 돌이킬 수 없는 과오를 저질러 놓고도 최소한의 참회도 없이 버젓이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사람들이 오죽 많은가.

천주교의 참회가 사회지도층을 비롯해 이땅의 모든 개인과 집단들에게 다시 한번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지난 과오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참회가 없으면 개혁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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