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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1월 30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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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어제 이런 내용의 본보 특종보도에 대해 문제가 된 국정원 고위간부의 직위와 이름까지 밝히면서 “국정원 고위간부가 (진승현씨 사건에 대해) 물어온 것은 사실이지만 그는 자신의 딸과 진씨 사이에 혼담이 오고가 진씨의 혐의사실을 알려고 했던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요컨대 진씨 구명운동은 아니었으며 검찰의 수사방침도 변한 게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같은 검찰의 해명에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문제의 국정원 고위간부가 단순히 진씨의 혐의를 알아보는 데 그친 것이 아니라는 단서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문제가 된 국정원 고위간부의 친지로 역시 국정원 출신인 김모씨가 한동안 MCI코리아 회장으로 있었다는 사실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김씨는 진씨에 대한 금융감독원 조사가 한창이던 지난 7월 회장으로 선임됐다가 10월에 물러났다. 김씨의 신분이나 회장 재임시기로 미루어 진씨가 각종 로비를 위해 그를 영입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실제로 김씨는 진씨가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되자 전직 법무장관, 전직 검찰총장, 전직 고검장 등 거물 법조인을 만났고 이들은 정식 선임절차도 거치지 않고 진씨의 변호인 자격으로 검찰 관계자들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고위간부 출신의 법조인들이 대거 변호인으로 나선 배경에 대해서도 여러 얘기가 나돌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면 문제의 국정원 고위간부가 사적으로 진씨의 혐의사실을 알아본 데 불과하다는 검찰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있는 건지 궁금하다.
검찰이나 당사자는 부인하고 있지만 우리는 국정원 고위간부의 구명운동이 이 사건의 성격을 규명하는 주요 단서가 될 것으로 본다. 진씨는 ‘연줄’을 믿고 불법대출과 주가조작을 서슴지 않았고 이것이 문제가 되자 역시 로비로 사건을 해결하려 한 것이 아닌가. 그가 수배중에도 열린금고를 통해 국도화학 인수합병을 시도했다는 것은 로비를 통해 사건이 잘 해결될 것으로 믿었다는 얘기일 수도 있다.
검찰은 진씨의 각종 범죄행위는 물론 그를 도와준 배후세력과 그들의 역할까지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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