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주엽아 골밑서도 힘좀 써봐"

  • 입력 2000년 11월 30일 18시 37분


‘골밑을 지켜라.’

프로농구 골드뱅크 이인표 단장은 지난 시즌 ‘매직 히포’ 현주엽(25)에게 특이한 ‘당근’을 내건 적이 있다. 경기마다 리바운드를 8개 이상 잡아내면 그때부터 1개가 올라갈 때마다 5만원씩을 주겠다는 것. 한마디로 외곽을 맴돌던 현주엽이 골밑에 둥지를 치고 리바운드와 박스아웃 등 본업에 전념하라는 뜻이다.

올 시즌에도 현주엽에 대한 코칭스태프의 기대는 예전과 달라지지 않았다.

새롭게 골드뱅크 지휘봉을 잡은 진효준 감독은 “현주엽이 ‘더블 더블’만 해주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더블 더블’은 현주엽과 같은 포워드나 센터의 능력을 재는 잣대로 득점과 리바운드가 모두 두자릿수 기록인 것을 말한다.

하지만 현주엽은 올 시즌 9게임에 출전해 단 한차례 ‘더블 더블’을 올렸다. 22일 원주 삼보전에서 37득점, 11리바운드를 기록했을 뿐.

지난달 30일 현재 현주엽의 시즌 평균 기록은 20득점에 5.7리바운드. 득점과 리바운드의 불균형이 심각한 상황.

리바운드는 무엇보다도 공에 대한 집중력과 성실성이 요구되며 때론 거친 몸싸움도 벌여야 한다. 그러나 현주엽은 손쉬운 득점에만 전념하고 궂은 일은 나몰라라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 지난달 29일 SK와의 여수 홈경기에서도 일찌감치 파울트러블에 걸린 데다 성의 없는 1 대 1 공격만을 시도하다 팀패배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현주엽이 제자리를 못찾으면서 골드뱅크는 올 시즌 리바운드에서 398개로 10개 팀 가운데 7위로 밀려나 있고 성적도 5승7패로 승률 5할을 밑돈다. 시즌 초반 고전하고 있으나 현주엽이 정상 컨디션을 되찾고 부상 중인 용병 매덕스가 가세하는 이달 중순부터 팀이 정상궤도에 오를 것으로 기대하는 낙관론도 있다.

이충희 전 LG감독은 “외국인선수들도 충분히 압도할 만한 기량을 갖추고 있는 현주엽이 다른 생각을 버리고 골밑을 책임지며 살아나야 골드뱅크는 승산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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