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환율 1200원대 돌파…13개월만에 최고

  • 입력 2000년 11월 29일 18시 57분


원―달러환율이 큰 폭으로 상승(원화값 하락)해 13개월 만에 1200원대에 진입했다.

2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환율은 종가기준으로 전날보다 16.10원 오른 1200.8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해 10월29일 1200.00원을 기록한 이후 13개월 만이다.

이날 외환시장에서는 월말인데도 불구하고 수출업체들이 달러물량을 내놓지 않고 그동안 정부의 요구로 달러 매입을 자제해온 정유사들의 수입결제 수요가 2억∼3억달러 몰리면서 오전장부터 상승세로 출발했다. 또 역외선물환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헤지용 수요가 늘어나면서 상승세가 지속됐다.

이와 함께 엔화약세를 비롯해 미달러화에 대한 대만달러의 환율도 33.200대만달러까지 올라가면서 약세를 보이는 등 아시아 통화가 전반적으로 큰 약세를 보인 점도 환율 상승을 부추겼다. 장 막판에 외환당국이 구두 개입을 단행했으나 상승세를 꺾지는 못했다.

외환은행의 한 딜러는 “원화 가치가 대만달러나 일본 엔화 등 주변국 통화에 비해 아직도 고평가되어 있어 외환당국이 섣불리 개입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다음주 1220원까지의 상승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환딜러들은 급등세가 다시 재연될 것으로는 전망하지 않으면서 다음달 중반까지 1190∼1220원 선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증시가 또다시 급랭했다.

악재가 늘어난 것은 아니었다. 전날 나스닥지수가 2750선을 깨면서 연중최저치로 가라앉은 것을 계기로 이미 알려진 국내외 악재들이 한번 더 위력을 발휘했다.

29일 종합주가지수는 20.50포인트(3.82%) 하락한 516.44를 기록했다. 코스닥지수는 4.05포인트(5.59%) 떨어진 68.45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지수가 종가 기준으로 70 밑으로 떨어진 것은 올들어 처음이다. 거래소에선 거래대금이 올들어 두 번째로 적었다. 나스닥지수 폭락 이외에 반도체가격의 급락세 반전, 한국전력 노조의 파업 선언과 양대노총의 파업 경고, 신용금고 비리의 확산 가능성 등도 장 분위기를 위축시켰다.

대우자동차 구조조정 방안에 대한 노사 합의, 한나라당의 한전 민영화 관련 법안 동의 등의 호재는 힘을 쓰지 못했다.

▽큰 흐름은 약세장의 연장〓시황담당자들은 이날 주가 급락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현대증권 오현석 선임연구원은 11월 이후의 박스권인 510∼580선이 지켜진 정도에서 의미를 찾았다. 그동안 두세 번에 걸친 단기등락을 거치면서 고점이 580→570→550으로 점차 낮아져온 점을 감안할 때 전체적으로 하락국면이 지속되고 있다는 설명. 그는 종가기준으로 500선이 깨진다면 주가가 전체적으로 한 단계 더 떨어질 것(레벨다운)이라고 전망했다.

신영증권 노근창 선임연구원은 “코스닥시장의 경우 그나마 심리적 지지선 역할을 해온 70선이 깨져 개인투자자들의 투매가 나타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전망과 투자전략〓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보수적인 시각을 가질 것을 권고했다. 신한증권 박효진 투자전략팀장은 “일정한 방향을 잡지 못한 채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내리는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악재란 악재는 이미 다 나와서 투자자들의 악재에 대한 면역력은 높아졌지만 시장체력이 약해질 대로 약해져 있어 기술적 반등을 하기에도 힘이 부친다는 것. 그는 “이런 와중에 10월말∼11월 중순까지 따로 움직이던 코스닥시장이 최근 다시 나스닥시장과 강한 동조화경향을 보여주는 것도 좋지 않은 조짐”이라고 말했다.

노근창 선임연구원은 “코스닥시장에는 신용금고 비리 등 거래소엔 없는 악재들이 있고 개인투자자들도 지쳐있는 상태라서 또다시 지지선을 설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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