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업 괴롭히지 말라’

  • 입력 2000년 11월 27일 18시 47분


27일자 몇 일간지에 국세청을 비판하는 한 기업인의 광고가 실렸다. 국세청이 즉각 해명에 나섰지만 그렇게 석명한 것이라면 기업인이 왜 그많은 돈을 들여 광고까지 냈을까. 이 문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하더라도 요즘 부쩍 당국의 기업 발목잡기 가 늘었다는 업계의 불만에 정부는 귀기울여야 한다.

예를 들어 금융감독원의 권위주의적 업무처리 태도 같은 것들이 기업불만의 대상이다. 전문가를 동원하여 서류를 아무리 완벽하게 갖춰가도 담당직원들과 신경전 을 벌이느라 기업들은 지친다고 호소한다.

어떤 중소기업은 두달여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느라고 혼쭐이 났다. 장부정리가 잘된 것으로 최종결론이 난 것은 좋지만 그동안 사장이 수출을 하지 못해 입은 손해는 회복이 불가능했다.

김대중대통령은 취임후 기회있을 때마다 "우리나라를 세계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철마다 규제개혁을 외쳐왔지만 아직도 기업경영과 관련해 2개이상 부처가 중복규제하는 법률이 292개나 되고 기업인 50.9%가 규제개혁의 성과가 없거나 더 나빠졌다고 한 대답(감사원조사)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정부부처마다 기업조사권을 경쟁적으로 쓰다 보니까 어느 회사는 한해 120일을 조사를 받거나 조사준비에 썼다고 하니 범법자 아닌 다음에야 이런 취급을 받는 나라가 어디 또 있을까. 공정위나 국세청이나 같은 정부기관인데 재탕삼탕 동일한 조사를 하니 기업의 불만이 쌓일 수 밖에 없다. 공정위는 한술 더떠 경기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은행계좌추적권의 2년 연장을 요구하고 나서 기업의 원성을 사고 있다.

일부 기업이나 금융기관들이 외국인 경영자를 영입해 당국의 억지에 맞서려 하는 것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기현상중 하나다.

기업활동의 잘못은 엄격한 룰로 규제되어야 한다. 개중에는 악덕기업도 있을 수 있고 잘못된 관행도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정법을 비롯한 일정한 룰의 범위안에서 이뤄지는 기업활동에 대해서는 완벽한 자유와 자율이 보장되어야 한다. 룰의 범위도 모호하고 그 안에서 적용되는 기준도 일정치 않을 때 기업은 당연히 불만을 말하게 된다.

정부는 기업을 괴롭히지 말라. 매년 수십만명씩 쏟아져 나오는 대졸자를 비롯한 신규 노동인력을 흡수하는 곳도 기업이고 생산을 통해 국가경제를 이끄는 주체도 기업이다. 경제여건이 어려울수록 그들의 기를 살려줘야 한다. 그래야 국가도 산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