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A선택2000]'手재검표 결과 포함' 판결

  • 입력 2000년 11월 22일 19시 11분


《미국 플로리다 주 대법원은 공화당과 민주당의 치열한 법정공방에서 일단 민주당의 손을 들어줬다.

주 대법원이 21일 팜비치 카운티 등에서 진행중인 수작업 재검표 결과를 주의 최종 개표결과에 포함시키도록 판결함으로써 대선(7일)후 2주 동안 시계(視界) 제로의 상황에 놓여 있던 당선자 확정 구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가 플로리다주에서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에 930표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내려진 이번 판결은 고어 후보쪽에 역전의 실마리를 제공해줬다.

거꾸로 부시 후보는 대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리느냐에 따라 현 개표 결과에 대한 주 정부의 요식적인 인증 절차를 거쳐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던 기득권을 놓친 셈.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20일 심리 때부터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던 결과였다. 대법관들은 이날 심리에서 민주당측에는 수작업 재검표가 진행되더라도 다음달 12일로 예정된 주의 선거인단 선출에 차질이 없는 지를 꼼꼼히 확인했다. 반면 공화당 측에는 개표보고마감시한(14일 오후5시)에 집착, 수작업 재검표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 유권자의 선택을 도외시하는 것이 아닌 지를 중점적으로 따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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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상황에서 대법원은 선거법의 개표보고마감시한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면 역시 합법적으로 제기된 수작업 재검표를 인정하는 것이 유권자들의 투표 권리를 존중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이 이날 늦어도 27일 오전9시(한국시간 밤11시)까지 수작업 재검표 결과를 주 정부에 보고하도록 판결한 것은 다음달 선거인단 선출에 영향을 주지 않으려는 의도에서다.

물론 팜비치와 마이애미 데이드 카운티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수작업 재검표 과정에서 고어 후보의 추가 득표가 부시 후보에 대한 열세를 뒤집을 정도에 이르지 않고 있는 점도 대법원의 어깨를 가볍게 한 측면이 있다. 수작업 재검표를 인정했지만 그 결과에서도 부시 후보가 이긴다면 공화 민주 어느 쪽도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는 것은 불을 보듯 명백한 일이다.

물론 이는 일반적인 관측일 뿐 현재로선 승리의 여신이 어느 후보쪽에 미소를 보낼지 예단하기 어렵다. 고어 후보가 수작업 재검표에서 역전승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펀치형 투표기로 눌러 기표한 자국은 있지만 천공(穿孔·구멍 뚫림)조각이 투표용지에서 떨어지지 않아 무효 처리된 이른바 ‘보조개 투표(dimpled ballots)’를 유효로 인정할 경우엔 고어 후보의 득표가 크게 늘 것이라는 게 개표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번 판결로 혼미를 거듭하던 대선정국은 일단 큰 가닥은 잡게 됐다고 할 수 있다.

플로리다주 대법원의 판결에 불복한 공화당 측이 연방 대법원에 상고하더라도 선거법은 원칙적으로 주 정부와 법원에 결정권이 있기 때문에 연방 대법원이 판결을 뒤집을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존 마셜 법학대학의 마이클 셍 교수는 “플로리다주 대법원의 판결이 주 법과 절차에 따라 이뤄졌기 때문에 연방 대법원이 이에 관여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낙선 위기에 몰렸던 고어 후보가 법원의 도움으로 잡은 기사회생의 기회를 과연 살릴 수 있을지에 먼저 관심이 쏠린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내주 초 어느 쪽이 차기 대통령이 되더라도 이번 대선이 남긴 정치적 앙금과 분열상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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