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고사리손으로 키운 사랑 전달해요"

  • 입력 2000년 11월 21일 18시 52분


“우리가 심은 배추인데요…. 어려운 분들에게 전해드려서 기분이 좋아요.”

홍익아동미술교육연구소에서 미술을 배우는 박용비군(7)은 21일 오전 쌀쌀한 날씨에도 학원 친구 50여명과 그동안 기른 배추를 뽑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전국 50여개 미술학원 연합회인 이 연구소는 경기 양주군 장흥면 일영2리 900여평에 주말농장을 마련,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김장용 배추 2500포기를 정성껏 길러 이날 홀트 일산복지타운 장애인들에게 전달했다. 어린이들에게 수확의 기쁨과 함께 더불어 사는 행복을 맛보게 한 것. 어린이들은 한 줄로 밭고랑에 늘어서서 잘 자란 배추를 조심스레 뽑은 뒤 줄지어 운반용 트럭까지 나르느라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혔지만 힘든 줄 모르고 두 시간여 동안 작업을 계속했다. 너무 어려 배추를 뽑지 못하는 아이들은 노래를 부르며 작업 중인 언니 오빠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이날 수확작업에는 홀트 일산복지타운 장애인과 직원, 인근 백마부대 장병 70여명도 함께했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각 학원 어린이들은 순번을 정해 주 1회꼴로 주말농장을 찾아 고사리 손으로 씨를 뿌리고 거름을 주는 등 장애인들에게 전달할 김장용 배추를 그동안 가꿔왔다. 어린이들이 가꾸고 장애인들이 먹을 채소여서 농약 한 방울 사용하지 않은 ‘무공해 배추’라는 점도 특징.

이 연구소 장홍익 원장(44)은 “어린이들이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을 키우고 흙의 생명력을 체험하는 좋은 계기가 됐다”며 “자연스럽게 공동체의식이 자라는 모습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연구소 소속 미술학원의 어린이들은 지난해 장애인들에게 배추를 전달한 뒤 10원짜리와 100원짜리 동전들을 모아 홀트복지타운에 전달하는 등 갈수록 이웃사랑을 키워가고 있다.

22일부터 사흘 동안은 자원봉사자와 군 장병 등이 이날 수확된 ‘사랑의 배추’로 일산 홀트복지타운에서 생활하는 무연고 장애인 280명이 겨우내 먹을 김장을 담근다.

홀트복지타운 김경주 과장(44·여)은 “어린이들이 가꿔 전달한 배추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몇몇 장애인들은 어린이들에게 감사편지를 써보내는 등 무척 고마워하고 있다”며 “장애인을 이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주〓이동영기자>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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