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컴퓨터가 프로기사 이길수 있을까?

  • 입력 2000년 11월 21일 18시 47분


컴퓨터 바둑프로그램이 과연 프로기사를 이길 수 있을까. 97년 슈퍼컴퓨터 ‘딥블루’가 세계체스 챔피언인 개리 카스파로프(러시아)를 2승3무1패로 이긴 것처럼 컴퓨터가 바둑을 정복할 날도 멀지 않은 것은 아닐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까지는 ‘불가능’하다.

고등학교 때 배운 수학을 활용해보면 바둑돌을 놓을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모두 361!(팩토리얼)로 이를 계산하면 6.4×10의 868승. 우리가 흔히 쓰는 조(兆)가 10의 12승이며 우주의 나이가 10의 45승인 것과 비교하면 정말 어마어마한 숫자다.

프로기사들이 꼭 두는 필연적인 수를 50수로만 잡아도 10의 수십승이 넘는다. ‘딥블루’와 같은 컴퓨터가 최선의 수를 검토하기 위해서는 1수에 몇개월이 걸려야 하기 때문에 현재 기술로는 프로기사 수준에 도달하기는 불가능하다는 것. 그래서 컴퓨터 바둑프로그램의 개발은 인공지능 연구와 깊은 연관을 가진다.

서울대 공대가 최근 국내 최초로 2000만원의 상금을 걸고 세계컴퓨터 바둑대회를 내년 2월 개최한다고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만은 이미 87년부터 잉창치배 세계컴퓨터 바둑대회를 개최해왔으며 일본은 95년부터 포스트배 바둑소프트 세계선수권대회를 열었다. 98, 99년 포스트배에서는 북한의 ‘은별’이 연속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올 11월초 열린 잉창치배에선 중국의 ‘울루(Wulu)’와 ‘고 메이트(Goemate)’가 1위와 2위를 차지했으며 ‘은별’은 4위, 한국의 ‘펑고바둑’은 6위에 머물렀다. 현재 이들 프로그램의 평균 7, 8급 정도. ‘펑고바둑’을 개발한 바둑업체 관계자는 “1년에 평균 0.5급 향상시키기가 쉽지않다”며 “사람과 같은 수준의 인공지능을 갖지 않는다면 컴퓨터의 바둑 실력은 3급 정도가 한계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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