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만끽하는 운동을 하는 것만도 좋은데 돈내기까지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도박 심리 때문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골프 애호가들의 돈내기는 또 다른 게임이다. 골프 스코어에서는 졌지만 돈은 딸 수도 있는 것이니 흥미로운 승부가 아닌가. 골프 게임은 수백가지나 된다는데도 날로 개발된다니 골프 애호가들은 또 새로운 방법으로 우의도 다지고 즐거운 한때를 맞게 될 터이다.
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스포츠 즐기기. 체육복표도 그 중에 하나가 될 것인가. 스포츠 진흥을 목적으로 하는 체육진흥투표(복표)법에 따라 내년부터 발매되는 축구복표와 농구복표에 대해 논란이 적지 않다. 사행심 조장을 우려하는 소리다. 그렇지만 나는 복표도 스포츠 즐기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복권이든 복표든 긍정적 효과 쪽에 무게를 두며, 특히 복표는 게임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스포츠 복권이 좋은 결과를 낸 사례로는 1947년의 체육복권을 들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 복권의 효시인 체육복권은 1948년 올림픽 참가 경비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 가입 서류를 준비해 1946년 스위스 로잔으로 가다가 비행기 추락으로 사망한 전경무 선생의 사진이 든 복권은 스포츠팬만의 성원을 받은 것은 아니었지만 올림픽 참가에 큰 역할을 했다. 쇠고기 한 근이 260원이었던 당시 복권 한 장 값이 100원으로 비싼 편이었지만 복권 수익은 대성공이었다. 구매자 모두가 1등 상금 100만원을 그리며 복권을 샀겠는가.
사업자가 곧 선정된다는 체육복표에 대해 밝은 쪽으로 생각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이다. 축구복표의 수익금은 2002 월드컵조직위 운영비, 경기장 건설 지원비, 체육진흥기금, 체육산업 지원 등으로 쓰이도록 돼 있다. 스포츠 애호가가 편한 마음으로 참여하리라 믿는 것도 그 때문이다. 더구나 축구복표는 승부식(승 패 무), 점수식(득실점), 혼합식이 있어 축구를 잘 살펴볼 필요성도 제기하고 있다. 적중률을 높이려면 지식과 정보를 계산해서 참여해야 하는 것이다. 연구해서 적중시키는 쾌감에 돈도 챙길 수 있는 기쁨. 골프 게임 이상 흥미진진하지 않겠는가.
게임을 즐긴다는 자세. 복권이나 복표 참여에만 필요한 건 아닐 것이다.
윤득헌<논설위원·체육학박사>dhyoon@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