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득헌의 스포츠세상]체육복표, 게임으로 즐기자

  • 입력 2000년 11월 20일 18시 40분


“라스베이가스로 할까. 지난번 스킨스를 했으니” “딩동댕 해본 지 오래 됐잖아” “아냐, 그냥 스트로크만 해.” 골프를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무슨 소린가 싶겠지만 골프 애호가에게는 일상의 일일 것이다. 골프가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스포츠임에도 불구하고 골퍼들은 샷에 영향을 줄지도 모를 돈내기를 즐긴다.

자연을 만끽하는 운동을 하는 것만도 좋은데 돈내기까지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도박 심리 때문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골프 애호가들의 돈내기는 또 다른 게임이다. 골프 스코어에서는 졌지만 돈은 딸 수도 있는 것이니 흥미로운 승부가 아닌가. 골프 게임은 수백가지나 된다는데도 날로 개발된다니 골프 애호가들은 또 새로운 방법으로 우의도 다지고 즐거운 한때를 맞게 될 터이다.

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스포츠 즐기기. 체육복표도 그 중에 하나가 될 것인가. 스포츠 진흥을 목적으로 하는 체육진흥투표(복표)법에 따라 내년부터 발매되는 축구복표와 농구복표에 대해 논란이 적지 않다. 사행심 조장을 우려하는 소리다. 그렇지만 나는 복표도 스포츠 즐기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복권이든 복표든 긍정적 효과 쪽에 무게를 두며, 특히 복표는 게임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스포츠 복권이 좋은 결과를 낸 사례로는 1947년의 체육복권을 들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 복권의 효시인 체육복권은 1948년 올림픽 참가 경비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 가입 서류를 준비해 1946년 스위스 로잔으로 가다가 비행기 추락으로 사망한 전경무 선생의 사진이 든 복권은 스포츠팬만의 성원을 받은 것은 아니었지만 올림픽 참가에 큰 역할을 했다. 쇠고기 한 근이 260원이었던 당시 복권 한 장 값이 100원으로 비싼 편이었지만 복권 수익은 대성공이었다. 구매자 모두가 1등 상금 100만원을 그리며 복권을 샀겠는가.

사업자가 곧 선정된다는 체육복표에 대해 밝은 쪽으로 생각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이다. 축구복표의 수익금은 2002 월드컵조직위 운영비, 경기장 건설 지원비, 체육진흥기금, 체육산업 지원 등으로 쓰이도록 돼 있다. 스포츠 애호가가 편한 마음으로 참여하리라 믿는 것도 그 때문이다. 더구나 축구복표는 승부식(승 패 무), 점수식(득실점), 혼합식이 있어 축구를 잘 살펴볼 필요성도 제기하고 있다. 적중률을 높이려면 지식과 정보를 계산해서 참여해야 하는 것이다. 연구해서 적중시키는 쾌감에 돈도 챙길 수 있는 기쁨. 골프 게임 이상 흥미진진하지 않겠는가.

게임을 즐긴다는 자세. 복권이나 복표 참여에만 필요한 건 아닐 것이다.

윤득헌<논설위원·체육학박사>dh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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