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김용수 "떠납니다"…프로마운드 16년 마감

  • 입력 2000년 11월 20일 18시 33분


‘노병’은 결국 ‘전설’이 됐다.

한국프로야구의 최고령 선수인 투수 김용수(LG)가 20일 현역에서 은퇴했다. 1960년 5월2일생으로 40세 6개월. 85년 MBC로 입단해 LG를 거치면서 16년간 정들었던 프로야구 유니폼을 만 40세를 넘기고서야 벗었다. 김용수의 배번 41번은 이미 지난해 한국 프로야구 최초로 팀의 영구 결번이 된 번호.

▽지금이 떠날 때〓은퇴 회견을 하는 김용수의 표정은 담담한 듯 당당했다. 소감을 묻자 “언젠가 한번은 떠나야 하는 것이라면 지금이 떠날 때인 것 같다”며 “지금 명예롭게 은퇴하는 것이 후배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1년 정도는 더 뛰고 싶었는데…”라며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사실, 시즌을 마치고 구단에서 김용수에게 은퇴를 종용할 때도 속마음은 ‘한 해만 더’였다. 거듭된 고민. 연락을 끊고 혼자 속초로 갔다. 이틀 동안 ‘바다 구경’을 한 뒤 서울로 돌아와 마음을 굳혔다.

▽감격과 아쉬움〓김용수는 90년 LG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을 때가 선수 생활 중 가장 기뻤던 순간이라고 했다.

“프로에 들어와서 줄곧 ‘내가 뛰는 팀은 언제 우승을 할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16년을 뛰었다지만 아쉬움 역시 없을 리 없다. 지난해 선발에서 팀 사정상 마무리로 돌아섰다. 그는 “마무리가 되는 바람에 목표였던 2000이닝 출장을 달성할 수 없었던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김용수는 통산 1831과 3분의1이닝 동안 마운드에 올라서 있었다.

▽끝까지 열심히…〓이광은 감독이 “앞으로 코치 수업을 거쳐 좋은 지도자가 되기를 바란다”고 격려했다. 김용수는 “열심히 하겠다”고 대답했다. 떠나는 날까지도 “열심히”라는 말을 놓지 못했다.

그가 말하는 “열심히…”는 보통 선수가 말하는 그것과는 느낌이 다르다. 40세가 되도록 꾸준히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이 뭐냐고 물었을 때 “힘들다고 느낄 때까지 연습을 하면 그것이 쌓이고 쌓여서 결국 내 실력이 된다”고 말하는 데는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코치를 하면 아마 선수들은 훈련 시간에 절반쯤 죽을 것”이라는 말이 농담처럼 들리지 않았다.

▽또 다른 출발〓김용수는 다음달 20일 가족(부인 김미경씨, 두 딸 정현과 정진)과 함께 미국 플로리다 베로비치로 가서 2, 3년간 코치 수업을 받을 계획이다. 구단의 지원 약속만 있을 뿐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주변의 누구도 그의 앞날을 걱정하는 것 같지는 않다. ‘성실’이라는 단어를 실천으로 보여준 김용수의 생활을 보면, 앞으로의 야구 인생도 그 스스로 야무지게 챙겨갈 것임을 확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성원기자>swon@donga.com

◆김용수 연도별 기록◆

연도소속경기승리패전세이브평균자책비고
85MBC61223.74 
86MBC6099261.67최우수 구원투수상
87MBC5295241.98최우수 구원투수상
88MBC3435114.47 
89MBC4755223.19최우수 구원투수상
90LG3312552.04한국시리즈 MVP
91LG411211102.79 
92LG145405.16 
93LG5062261.55 
94LG4255302.56한국시리즈 MVP
95LG4842301.43 
96LG4816792.82 
97LG2812803.70 
98LG3218623.45최다승 최우수승률상
99LG4639262.88 
2000LG326445.24 
61312689227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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