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종 대표기업 재무구조 악화…부채-순이자부담율 늘어

  • 입력 2000년 11월 20일 18시 33분


업종 대표기업들의 재무안정성이 6월 이후 크게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기상승 기조에 빨간 불이 켜진 것으로 풀이되는 한편 일부 한계기업들에 대한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경기둔화에 발목을 잡히는 한 금융권 정상화를 속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을 낳고 있다.

20일 서울증권에 따르면 557개 12월결산 상장법인의 9월말 현재 부채총액은 366조원으로 6월 353조원에 비해 13조원 불어났으며 작년 말 362조원보다는 4조5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상장기업 전체의 부채비율은 6월말보다 8%포인트 높은 183.68%를 기록했다.

특히 업종 대표기업들인 시가총액 상위 20개사의 부채총액은 9월말 현재 141조원으로 6월말에 비해 불과 3개월만에 5% 이상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기업의 평균 부채비율은 6월 105%에서 6%포인트 늘어난 111%를 기록했다. 특히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118%로 전반적인 재무안정성이 전 분기보다 악화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자 부담 정도를 나타내는 순금융비용부담율((이자비용-이자수익)/매출액)을 보면 상장기업 전체로는 작년 말 4.94%에서 올 9월말 3.78%로 개선됐다. 하지만 시가총액 상위 20개기업들은 6월 1.91%에서 2.82%로 이자 부담이 가중됐다. 시가총액 상위기업들의 순금융비용은 올 6월에는 작년 말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으나 이후 3개월만에 2조8000억원이 증가했다.

여인택 선임연구원은 “시가총액 상위기업들의 재무구조 악화는 이들 기업의 업종대표성과 영향력을 감안할 때 경제 전반의 경기정점이 지나갔음을 시사한다”면서 “기업들의 재무안정성 악화는 금융권 정상화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경기와 금융 정상화 간의 관계는 ‘국내 경기가 경착륙할 경우 부실채권이 49조원 가량 증가할 위험이 있다’는 조사결과와도 일맥상통한다. 메리츠증권 조익재 차장은 “알트만모형에 따라 국내기업의 재무건전도를 추정해본 결과 국내총생산(GDP)증가율이 연간 5% 이하 또는 수출증가율이 연간 10% 이하로 떨어질 경우 현재 정상기업의 차입금 248조원중 19%에 해당하는 49조원의 추가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증권에 따르면 시가총액 상위기업 중 부채비율이 많이 악화한 기업은 LG전자, 데이콤, LG화학, 현대중공업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LG전자의 경우 LG정보통신 인수에 1조원가량의 주식매수청구자금이 소요돼 부채비율이 284%로 급증했다. 순금융비용부담율은 현대전자가 감소추세 속에서도 11.72%로 여전히 높게 나타났으며 한국전력, 데이콤 등도 7%대의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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