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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1월 19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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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오프라인의 풍경이 최근 사이버 공간으로 옮아가고 있다. 동성애자들을 위한 웹사이트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만남의 장소가 술집에서 채팅룸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 이에따라 에이즈 및 성병 방지 운동을 벌이는 단체들도 속속 인터넷으로 진출하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가장 대표적인 단체는 84년부터 샌프란시스코에서 활동해온 ‘스톱 에이즈’. 이 비영리단체는 지난달 시로부터 13만달러의 재정지원을 받아 운동의 본거지를 채팅룸으로 옮겼다. 동성애자들, 특히 게이들이 자주 찾는다는 채팅룸에 접속, 에이즈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성생활 지침들을 알려주는 게 이 단체가 선택한 ‘독특한’ 운동 방식이다.
남성 동성애자들인 게이를 목표로 삼은 것은 이들이 레즈비언이나 양성애자보다 에이즈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다는 최근의 연구결과들 때문. 에이즈에 걸린 게이들이 자신의 감염사실을 상대방에게 숨기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인터넷으로 이뤄진 ‘만남’으로 에이즈의 확산이 의외로 빨라질 수 있다고 보건 관리들은 보고 있는 것이다.
현재 샌프란시스코시는 도시의 성인 남성 가운데 15∼20% 가량이 동성애자일 것이라고 추정한다. 문제는 이들이 온라인으로 옮아가면서 채팅룸에서 만난 상대방에 대해 알 수 있는 정보가 극히 제한돼 있다는 것. 지난해 8월 매독에 걸린 6명의 감염경로를 추적한 결과, 채팅룸에서 사귄 동성애자로부터 감염됐으면서도 피해자들이 고작 알고 있는 것은 ID뿐, 어디에 사는 누구인지는 전혀모르고 있었다. 따라서 온라인 운동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졌다.
채팅룸을 통해 활동하는 ‘스탑 에이즈’의 자원봉사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은 온라인에서만 통용되는 에티켓을 지켜야 한다는 점. 술집에 찾아가 전단을 돌리거나 설문지를 받아내는 것처럼 능동적인 운동방식은 효과가 적다는 설명이다. 자원봉사자인 빌리 액셀은 “오프라인에서처럼 활동하다가는 ‘침범’한다는 인상을 주기 십상”이라며 “수동적으로 보일지라도 그들만의 규칙을 존중하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차지완기자>marud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