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가있는 맛집]경기 하남시 엄지식당

  • 입력 2000년 11월 17일 19시 05분


굴비하면 영광굴비를 떠올린다. 고려 인종 때부터 임금님 수라상에 진상돼 왔다는 게 바로 영광굴비다.

푸석푸석한 중국산과는 비교도 안되는 원조영광굴비를 파는 음식점이 있다. 전남 영광군 법성면 법성읍에서 증조 할아버지 때부터 시작, 100년을 넘게 굴비만 팔아온 집이다. 경기 하남시 구사거리 신장시장 건너편 골목의 법성포굴비집 엄지식당.

“아무리 버리려 해도 안됩니다. 우리는 굴비장사가 숙명인가 봅니다.”

당초 아버지는 아들들에게 굴비장사 소리를 듣지 않게 하려 했지만 결국 둘째는 현지에서 굴비를 가공하고, 첫째는 어머니를 도와 갖가지 굴비음식을 팔고 있다. ‘영광법성포굴비가 아니면 1000배를 배상합니다’라고 크게 써붙인 종이가 그들의 자부심을 말해준다.

테이블이 총 5개로 크지 않고 아주 깨끗하지도 않지만 맛은 그만이다. 굴비로 이런 것들도 만들 수 있나 할 정도로 의외의 것도 있는데 점심식사로 권하는 굴비정식(5000원)엔 집에서 먹는 것처럼 따끈한 밥과 국에 김 두부조림 미역무침 오이무침 콩자반 갈치젓 등 각가지 반찬과 석쇠에 구운 제법 큰 굴비가 두마리 나온다.

무 쑥갓 미나리 파 마늘 콩나물을 넣고 얼큰하게 끓인 굴비매운탕(2만원)에서 매운탕의 진수가 느껴진다. 술 마신 뒤 먹기 좋도록 심심하게 끓인 굴비해장국(6000원)은 굴비가 많이 들어가야 제맛이 나므로 2인분 이상을 주문하는 게 좋다.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30분까지. 둘째 넷째 일요일은 쉰다. 차는 골목안 유료주차장에 세운다. 031―792―7784

김재찬(치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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