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SBS '한밤'에 대한 '태지매니아'의 입장

  • 입력 2000년 11월 13일 20시 27분


지난 주 SBS 연예정보 프로그램 <한밤의 TV 연예>(한밤)의 광고 중단 사태를 몰고온 인터넷 서태지 팬클럽 '태지 매니아'(www.taijimania.org)가 '한밤'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동아닷컴에 보내왔다.

'소비자 운동의 하나다'와 '방송의 자율권을 무시한 행동이다'란 반응을 불러일으킨 '한밤' 사태를 공개토론의 장으로 유도하기 위해 당사자인 태지매니아의 의견을 싣는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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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한밤'에 문제제기를 하는가?'

지난 11월 7일 각 일간지에서는 '한밤, 서태지 립싱크 보도에 팬 집단행동' '서태지팬 항의로 SBS 광고 취소 사태'라는 제목의 기사가 일제히 실렸다.

하지만 언론은 한결같이 '서태지 극성팬들의 세 과시, 실력행사, 언론의 자유에 정면 도전'이라는 식으로 보도했고, 자각없는 팬덤의 집단행동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을 보여주었다.

우리는 팬덤을 '오빠부대'로 몰아가고, 팬덤의 시청자운동에 쐐기를 박고 있는 현 여론을 정면으로 거부한다. '한밤' 관련 시청자운동을 하고 있는 우리는, 서태지 의 팬이기 이전에 대한민국의 시민이고 시청자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동안, 시청자의 알권리를 면죄부로 내세우면서 연예인의 정체성을 왜곡하고 파파라치식 접근을 일삼으며 선정성으로 물들어가는 연예 프로그램들에 무방비로 노출돼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인 언론 보도 앞에 시청자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전달할 수 없었던 것은 수용자 차원의 언로가 절대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에 '태지매니아'에서는 인터넷이란 새로운 언로를 개척, 네티즌의 다양한 의견 수렴과 동시에 광고주 사이트 방문 운동을 통해 '시청자의 권리'를 주장해왔다.

그렇다면 '태지매니아'가 왜 유독 '한밤'에 문제제기를 하게 되었을까.

▶우리는 왜 '한밤'에 문제제기를 하는가.

1. 서태지 관련 보도를 통해서 본 '한밤'의 편파, 왜곡성향

프로그램의 성격은 제작진의 마인드에서 나온다. '한밤'은 그 제작진의 마인드와 시각이 매우 주관적이다. 단지 사실보도에 그치는 타사 연예정보 프로와 비교해 보았을 때, '기획, 분석'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제작진의 자의적인 해석과 시각을 보여준다. 더구나 그 삐뚤어진 주관은 결국 '특정 연예인 손들어주기 혹은 흠집내기'의 구도로 이어진다.

'한밤'이 지난 11월 7일 공식입장을 발표하면서까지 편파, 왜곡이 절대 아니라고 항변하고 싶어했던 서태지 관련 보도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음반판매량에서는 조성모가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중략).. 서태지씨가 이러한 영향력만 믿고 신비주의를 끝까지 고수할 수 있을지 서태지씨의 다음 행보가 무척 궁금합니다." (서태지 신비주의 VS 조성모 대중주의)

"SBS 인기가요, 조성모씨는 이미 5주 연속 1위를 차지해 골든컵으로 물러났고요, 1위는 HOT, 2위는 샵이 차지했습니다. 서태지씨는 순위에 들지 않았습니다. KBS의 순위 프로에서의 순위는 ..... 역시 서태지씨는 순위에 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난 토요일 서태지씨 컴백무대를 주도했던 MBC의 경우, 서태지씨의 울트라맨이야가 3주 연속 1위를 차지했는데...... 각 방송사마다 가요 순위 산출 방식이 다른 만큼 방송사에 협조적인 가수에게 좋은 순위가 돌아가는 것은 팔이 안으로 굽는 것 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일이겠지요.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는 의아해할 수 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각 방송사 가요순위 비교 내용 中)

위의 내용에서도 알 수 있듯, '한밤'은 한밤만의 그 기획력을 과시하면서 서태지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유도하고 있다. 서태지와 조성모의 대결을 신비주의와 대중주의의 대결로 규정하고 음반판매량으로 결론내리면서, 조성모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리고 서태지의 향후 신비주의 행보에 찬물을 끼얹는 치밀함도 잊지 않았다.

신비주의와 대중주의는 두 스타의 언론플레이 방식의 차이일 뿐, '찬반양론, 선과 악'의 성격은 아니다. 하지만 제작진은 '서태지의 신비주의가 어디까지 가나 두고 보자'는 식의 사견을 담았고, 이는 제작진의 표현을 잠시 빌자면 '압도적인 편파보도'였다.

가요순위 비교에서도 '한밤'의 편파성은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KBS, SBS에서는 후보에도 못들었던 서태지가 컴백무대를 가진 MBC에서는 팔이 안으로 굽어서 무려 3주나 1위를 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타가수의 1위 따위는 관심 밖이고, 오로지 MBC에서 서태지의 1위만이 괘씸하고 불편하다.

상식적으로 100만장 이상 앨범이 팔려나간 서태지가 MBC에서 1위하는 것이 의아한가? 타방송사에서 후보에도 들지 못한 것이 의아한가? 이는 MBC에만 출연하고 있는 서태지에 대한 '한밤'의 괘씸죄 적용 아니고 그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한밤'의 '서태지 물고 늘어지기'는 10월26일 방송 하루에만 그치지 않았다. 서태지 컴백 이후 단 한번도 빠지지 않고 서태지 관련 내용을 소개하면서, '서태지의 신비주의 홍보전략, 컴백 공연 당시의 립싱크, 6집 앨범 외국 핌프록 모방' 등을 보란듯이 비난했다.

이미 올 라이브 공연을 갖고 있는 서태지에게 걸핏하면 컴백공연 당시의 립싱크(서태지는 9월 14일 기자회견에서 공연장 음향 문제로 부분 립싱크 20% 취했다고 밝혔다.)를 거론하면서 마치 '서태지는 립싱크 가수'인양 여론을 조장했다.

또 국내 가수들의 외국가수 안무 표절내용을 다루면서 콘(KORN)의 제스추어에 서태지의 안무를 바로 이어서 보여줌으로써, 서태지가 콘의 안무를 베꼈다는 인상을 심어주었다.

물론 '한밤'의 편파, 왜곡보도 관행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서태지와 아이들로 활동하던 95년 당시 서태지와 아이들의 '컴백 홈' 표절 시비를 다루면서 표절 의혹곡인 '사이프러스힐'의 'Insane in the Brain'의 연주 템포를 실제보다 늘여서 비교함으로써 표절의혹을 부채질했던 사실도 '한밤'의 의도적인 편파보도 관행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2. '한밤'이 걸어온 굴곡의 길 6년

우리가 '한밤'에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비단 서태지 관련 편파 보도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는 '한밤'의 편파, 왜곡보도가 연예인 모두, 시청자 모두에 걸쳐 광범위하게 진행되었음을 고발한다.

고 김성재의 애인을 살인자로 몰았으며(2000.4.1. 서울고등법원에서 1억 2천만원 배상 판결), 개그맨 엄용수씨의 사기이혼 소식을 몰래카메라로 인터뷰한 내용을 방송했고(2000.5. 언론중재위원회의 중재로 사과방송), 탤런트 홍석천의 커밍아웃을 마치 범죄 다루듯 파파라치식으로 따라붙었다.

또한 GOD팬이 서태지를 향해 '꺼져 XX야, 가사 전달이나 잘해'라고 소리치는 내용을 모자이크와 음성변조 처리없이 친절하게 자막까지 동원해서 본인의 동의 없이 방송으로 내보냈다(2000.10.16 방송위원회 경고 조치).

이런 '한밤'이 지난 11월 7일 제작진의 공식입장이라며 "서태지 뿐만이 아닌 어느 연예인 일개인에게도 근거없는 비난이나 음해는 시도한 일도, 시도할 의향도 없음을 밝히는 바입니다"라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 수년간 '한밤'을 지켜봤던 시청자들은 '한밤'의 염치없는 발뺌에 망연자실하고 만다.

95년 2월 9일 첫 방송을 시작한 '한밤'이 그동안 시청자단체, 방송기자단에서 96, 97, 98, 99년 최악의 프로그램으로 선정되고 방송위원회로부터 해마다 평균 5건의 경고, 주의 조치를 받아온 원인 중 하나는 '연예인의 정체성 왜곡, 인권침해'였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아닌가.

한밤은 지난 8월 9일부터 수, 목요일 주2회 편성으로 기획아이템을 대거 동원했다. 기획아이템은 장기간에 걸친 취재와 분석을 통해 다양한 시각 등을 담아내야 한다. 그러나 '한밤'은 가십거리를 기획 아이템으로 다루면서 옐로우 저널리즘을 표방하고 나섰고 늘어난 방송 횟수 만큼 고질적인 문제점도 늘어나고 있다.

3. 올바른 팬덤 문화로 새로운 시청자운동의 획을 긋는다.

이 같은 문제점에 동의하는 많은 서태지팬들이 '한밤'을 대상으로 시청자운동을 전개할 것을 건의하였고 이에 '태지매니아'(www.taijimania.org)'에서는 팬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 지난 10월 28일 '한밤'에 경고하는 예고글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시청자운동을 시작했다.

또 '한밤' 광고주 사이트를 찾아가 '한밤'의 보도관행을 알리면서 진심어린 호소를 하였고 그 과정에서 광고중단 결정을 이끌어낸 것은 그 어떤 강제력과 압력이 작용한 것이 아니다. 광고주와 시청자인 서태지 팬들이 인터넷이란 공간에서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했고 서로의 의사를 존중했기 때문이다.

이제 그동안 '한밤'의 보도행적을 중심으로 자료수집과 모니터링을 한 '한밤에 관한 보고서'를 세상에 알리고자 한다. (한밤보고서 전문은 www.taijimania.org 메인화면에서 볼 수 있다)

우리는 의식있는, 깨어있는 팬덤이 언론의 대안권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당당하게 밝힌다. 달라지는 '한밤', 공정한 방송을 기대한다.

2000.11.13 태지매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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