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교통선진국/운전예절]조그만 접촉사고 양보를

  • 입력 2000년 11월 13일 18시 47분


운전면허를 딴 지 8년이 됐다. 이젠 준법 정신보다는 요령으로 운전하는 때인 것 같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8년 전 운전을 배울 당시 이상하게도 접촉사고를 많이 당했다. 내가 서툴러서 그런지 내 차에 들이받는 차가 적지 않았는데 물론 큰 사고는 아니고 외견상으로 부딪쳤는지조차 알기 어려운 ‘티 안나는’ 사고였다. 당시 내가 사고의 피해자일 경우 “괜찮아요, 걱정마시고 돌아가세요”하고 양보(?)를 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기분은 나빴지만 그런 사고는 흔한 일임에 분명하고 사고라고 쳐도 인명이나 대물피해가 없는 걸로 봐서 ‘불행 중 다행’도 아니고 ‘다행 중 최고 다행’일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오히려 “큰사고가 아니라서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는 게 맘이 편했다.

그렇게 대하는 내 행동에 가해자들은 무척 고마워했다. 돌이켜보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오버’해서 고마워하길래 거북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난 한참의 세월이 지나고서 왜 그 가해자들이 그렇게까지 고마워했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내가 가해자인 경우 나와 같은 사람을 만나기가 힘들었다.

물론 티 안나는 사고를 저질렀어도 그의 하루를 방해한 것에 대해 충분한 미안함을 표현 했지만 다짜고짜 성질부터 내고 내 눈에는 없는 흠집을 우기기 일쑤고 목덜미를 잡고 오르락 내리락하는 것은 기본연기(?)며 면허증 제시 및 전화번호 요구는 필수였다. 처음 그런 일을 당했을 때 난 그가 경찰인줄 알았을 정도였다.

시간이 아까워서 그냥 넘어가고 돈으로 때우면서 세월이 흘렀고 나도 생각이 바꿨다. ‘나만 손해 볼 수 없다.’ 나도 피해자일 경우 행동이 슬슬 바뀌게 되었다.

이같은 나의 변화가 나도 싫다. 내 행동에 상대가 고마워했고 그들도 운전 초창기의 나처럼 행동하면서 더 많은 사람에게 좋은 기억을 심어 주면 나라 전체가 점점 바뀔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설마 한국인데….

백재현(개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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