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권순활/만만한게 공적자금?

  • 입력 2000년 11월 8일 18시 58분


7일 국회에서 열린 재정경제부에 대한 국정감사장. 일부 여야의원들은 “공적자금이 충분한가. 52개 부실기업 정리에 따른 부담 등을 감안하면 정부가 국회에 보증동의를 요청한 40조원의 공적자금으로는 모자라는 것 아닌가. 10조∼20조원 정도 추가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진념(陳稔)재경부장관은 “현재 공적자금 추가소요를 예측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맞받으면서도 “정부의 보증동의안에는 현대건설 및 쌍용양회 문제가 풀리지 않을 경우는 고려되지 않았다”고 여운을 남겼다.

일부 언론도 ‘전문가 분석’을 근거로 5조∼20조원의 추가조성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현재의 경제흐름을 살펴보면 이런 주장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몇가지 변수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공적자금을 더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공적자금 증액문제에 이처럼 안이하게 접근해도 되는 것일까.

재경부는 9월22일 40조원(투입액 기준 50조원) 규모의 공적자금 추가조성방침을 발표하면서 “금융 및 기업구조조정을 마무리하기 위해 다소 넉넉하게 책정했다”고 밝혔다. 또 “더 이상의 공적자금이 필요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적자금 증액론은 국민부담을 도외시한 발상이다. 정부가 국회에 동의를 요청해놓은 40조원과 8월말까지의 투입액 109조원을 합하면 공적자금은 이미 150조원에 육박한다. 이중 결국 재정으로 넘어가 국민이 떠안아야 할 액수만도 45조∼6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금 정부와 정치권이 우선 관심을 쏟아야 할 것은 막연한 ‘증액 숫자놀음’이 아니라 기존 공적자금의 투명한 집행과 예측이 아닐까.

또 최악의 경우 공적자금을 늘릴 수밖에 없더라도 금융기관 등 당사자의 고통분담을 통해 일반국민에게 돌아갈 부담을 최소화하는 정책이 선행되어야 한다.

<권순활 경제부기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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