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코리아로 가는 길]허순영 KAIST 경영대학원 교수 기고

  • 입력 2000년 10월 31일 18시 25분


컴퓨터 사이의 통신이 활발해지는 데는 디지털 융합(Digital Convergence) 현상이 큰 공헌을 하고 있다.

아날로그 자료를 디지털 자료로 쉽게 바꾸는 기술 덕분에 텍스트와 오디오 및 비디오 자료들이 모두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돼 이들 사이의 구분이 기술적으로 무의미하게 된 것이다.

올들어 디지털 융합 현상은 더욱 확대돼 컴퓨터와 통신은 물론 가전제품까지 통합되는 단계에 이르고 있다. 디지털 융합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우선 하나의 제품에서 여러가지 기능이 함께 제공되는 것이다. 인터넷 냉장고라든지 인터넷과 케이블 TV 기능을 합성한 디지털 TV, MP3 플레이어, 디지털 카메라가 내장된 휴대전화 등이 이런 예이다. 가전업체들은 PC보다 이런 퓨전 가전제품들이 인터넷상의 콘텐트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두번째는 2개의 제품이 별도로 존재하지만 유무선 통신 등을 통해 서로 쉽게 데이터를 주고 받게 하는 것이다. 소니의 메모리 스틱이나 마쓰시다 컨소시엄의 SD카드, 또는 에릭슨이 중심이 되어 개발중인 근거리 무선통신 매체인 블루투스를 통해 서로 데이터를 공유하게 된다.

디지털 융합 현상은 가전업계 입장에선 새로운 기회이자 전혀 새로운 경쟁의 시작이다. 디지털 융합의 결과로 개별 제품들은 서로 보완적 성격을 가질 수도 있지만 때에 따라서는 상대 제품을 대체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상황에 따라 협력과 경쟁의 두가지 전략을 유연하게 활용해야 한다. 제품간에 상호 보완적 성격이 있는 경우는 제휴 협력관계가 유리하다. 음악이나 영화 콘텐츠를 자신의 디지털TV와 연결시킨 소니의 소넷(SoNet)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반대로 소니와 닌텐도는 게임 산업 분야에서 소프트웨어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새로운 경쟁자를 맞기도 한다.

디지털 융합으로 선보이게될 다양한 가전제품이 모두 성공할 수는 없다. 퓨전 제품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콘텐츠의 전달과 함께 가전제품 고유 기능의 효용을 극대화해야 한다. 또 변화하는 소비자의 수요에도 민감하게 대응, 진화해야 한다.

syhuh@kgsm.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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